증시부양을 위해 정부가 논란 끝에 내놓은 장기증권저축 판매 첫날인 22일.이날 오전 H은행 서소문지점을 찾은 김영진씨(52)는 비과세장기저축 만기자금 5천만원을 찾아 장기증권저축에 가입하려 했지만 못했다. "금융감독원의 약관승인이 나지 않아 장기증권저축을 아직 팔 수 없다"는 은행직원의 설명에 김씨는 "오늘부터 판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나왔는데 무슨 소리냐"고 따졌지만 소용 없었다. 김씨처럼 장기증권저축에 들기 위해 이날 은행을 찾았던 사람들은 모두 헛걸음질을 해야 했다. 장기증권저축은 당초 22일부터 은행과 증권 투신사에서 판매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금감원의 상품승인이 늦어져 실제론 판매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 상품에 대한 감독당국의 승인이 왜 늦어졌을까. 정부는 10조원대의 비과세저축 자금이 만기 돌아오기 시작하는 22일에 맞춰 장기증권저축을 팔 수 있도록 금융회사들에 사전준비를 독려했다. 은행연합회와 투신협회는 지난 주 부랴부랴 표준 상품약관을 만들었고 19일엔 초안을 금감원에 보고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열린 금융감독위원회에 비상임위원들이 대거 불참하는 바람에 의결정족수가 모자라 은행권에 대한 상품승인은 불발로 그쳤다. 물론 20일 승인이 이뤄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날은 공교롭게도 금감원 체육대회 행사날.금감원 대부분 직원이 근무하지 않았다. 이 바람에 은행연합회 등은 주말을 넘기고 22일 오전에야 약관승인을 정식 신청할 수 있었다. 금감원은 이날 금감위원들로부터 은행의 증권저축 판매승인을 서면 결의받고 약관을 결재해주느라 아침부터 부산을 피웠다. 하지만 은행과 투신사들에 대한 판매허가는 이날 오후 늦게나 떨어졌다. 결국 은행들은 이날 하루 종일 증권저축 가입을 문의하는 고객들에게 판매가 지체된 이유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날 장기증권저축 가입을 위해 은행을 찾았던 한 고객은 "정부가 처음엔 손실보전이란 공수표를 날리더니 판매개시 일자도 못 맞췄다"며 "장기증권저축은 김이 빠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차병석 금융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