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부문의 매출이 D램 가격하락 여파로 1.4분기(3조원)의 절반 수준인 1조6천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절대규모에서도 디지털미디어(2조3천억원)와 통신(2조2천억원)에 밀려 "더 이상 반도체회사가 아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비반도체부문이 기대이상으로 선전한 덕분에 반도체 부문의 손실을 겨우 메웠다. 현금지출 더 줄인다 =삼성전자는 22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개최한 기업설명회(IR)에서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를 4천억원 추가 축소, 4조원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이미 두차례에 걸쳐 투자규모를 축소한 바 있어 이를 포함하면 연초계획 대비 무려 2조6천억원의 투자를 축소했다. 시장 상황이 계속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한 현금비축 차원이다. 삼성은 연초에 밝혔던 5천억원어치의 자사주 매입계획도 "향후 자금사정을 보아가며 연말께 결정하겠다"(주우식 IR담당 상무)며 사실상 원점으로 돌렸다. 설비투자와 배당을 하고 나면 자금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당은 예년(주당 3천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차입금 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5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한차례 더 발행키로 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규모가 커졌다. 삼성은 이미 하반기에만 두차례에 걸쳐 모두 1조원어치를 발행했다. 반도체 경기 침체로 그만큼 자금사정이 빡빡해졌다는 방증이다. 부문별 실적과 대응전략 =IT 경기침체에다 항공기테러까지 겹쳐 반도체부문의 매출은 1조6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6%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주력인 1백28메가 D램의 가격하락으로 비트크로스(주력제품의 세대교체)가 조기에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자사가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2백56메가 D램으로 시장주력제품을 서둘러 교체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12인치 웨이퍼생산라인 투자에 대해선 "현재 생산능력이 월 1천5백개에 달해 향후 본격적인 투자는 내년 경기를 봐가며 결정할 방침"(김재범 반도체 기획담당 상무)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의 과다한 재고와 관련, 삼성전자는 여러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반도체를 만들고 있어 재고가 거의 없는 편이며 일반 D램은 2주 생산분 미만이라고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선발업체들이 감산에 동조해야 D램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삼성은 감산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삼성은 이와함께 LCD(액정표시장치)와 휴대폰용 S램 고급 플래시메모리 등 고가품에 치중키로 했다. 특히 LCD는 모니터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상승세로 반전하고 있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정보통신은 당초 매출부진이 전분기보다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전분기의 3천억원보다 늘어난 3천6백억원을 기록했다. 디지털 미디어는 2백억원, 생활가전은 1백억원의 영업흑자를 내 흑자기조를 유지하는데 기여했다. 삼성은 컴퓨터 판매전략을 노트북 위주로 전환하고 '센스큐'를 중국시장에 투입키로 했다. DVD 매출 호조와 디지털TV 시장 확대 등도 이들 사업부문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