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와 생활] 집.사무실 이젠 '맞춤가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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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업계가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급랭한 국내 경기여파가 가구시장을 송두리째 침체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
가구시장은 주택건설경기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주택건설 경기가 호황을 누리면 덩달아 가구업계도 환호성을 낸다.
그러나 주택건설 경기의 침체가 몇 년째 지속되면서 가구시장도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가구업계의 위기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가구업계는 대만과 같이 전문화된 가구산업을 키워 수출경쟁력을 키우지 않았다.
이탈리아와 같이 고급 디자인도 개발하지 않았다.
국내 가구업체들은 백화점식 종합 가구업만을 추구, 전문성을 키워 오지 못했다.
디자인 개발보다는 남들이 한 것을 베끼는 모방에 주력했다.
대한가구공업협동조합연합회 이태근 전무는 "국내 가구업계의 솜씨 만큼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며 "이같은 장점을 살려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만이 가구업계가 살 길"이라고 지적했다.
IMF 경제위기는 국내 가구산업을 뒤흔들었다.
국내 굴지의 가구업체들이 도산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구조조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자구노력 결과로 가구업체들이 하나둘 회생되고 있다.
보루네오가구는 법정관리 졸업을 신청한 상태다.
가구업계가 최근들어 중소기업 규모로 재정비되면서 점차 안정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가구업계가 전문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 가구산업은 몇년째 정체되고 있다.
시장규모가 지난 99년 3조6천8백억원에서 지난해 3조7천6백50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1.1% 증가한 3조8천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수입물량은 증가추세다.
지난 99년 1억5천1백만달러에서 2000년엔 2억2천1백만달러로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무려 35% 이상 늘어난 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서울가구조합 박재식 이사장은 "고급가구를 중심으로 수입가구시장이 급신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중저가마저 외국산 수입이 늘고 있어 국내 가구업계가 설 자리를 잃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가구업계는 생존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디자인을 새로 개발해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대형쇼룸을 내는 등 매장도 새로 꾸미고 깨끗한 쇼핑공간을 창출해 내고 있다.
업종전문화를 통해 경쟁력도 키워 나가고 있다.
우아미는 올 가을 신상품으로 맞춤형 가구 '클레르'를 내놓았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장의 도어를 색상 디자인 등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수납공간도 넓혀 실용성을 강화했다.
가보로는 최근 혼례용 인테리어 가구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를 위해 아이오(AIO) 시리즈를 출시했다.
미도사 카프디자인 페쉬넨소파 명성플레오 등 7개 업체가 참여, 분야별로 전문화했다.
가보로 윤석원 차장은 "아이오 시리즈는 중소가구업체들이 전문성을 살려 개발한 제품으로 디자인이나 상품성에서 대기업 제품에 비해 손색이 없다"며 "중소가구업계에 새로운 돌파구 마련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가구업계는 최근들어 대형쇼룸 개설에도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의 소규모 대리점 영업은 전시공간이 부족해 제품전시에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가구업계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대형 쇼룸을 개설하고 홍보와 판매에 직접 나서고 있는 것이다.
보루네오는 법정관리에서 벗어나는 이달중 서울 논현동 가구거리에 30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매장면적 1천평)의 쇼룸을 열 예정이다.
한국가구는 지난달 인근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매장규모 1천평)의 쇼룸을 냈다.
퍼시스는 대구 산격동 섬유유통단지내 1천3백90평의 부지에 30억원을 투입, 쇼룸을 신축하고 내년 1월 개점하기로 했다.
해외시장 개척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국내시장이 침체되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무용 가구업체를 중심으로 수출을 해왔으나 물량이 많지 않았다.
지난해 1억9천8백만달러였던 수출이 올해는 지난해 수준을 다소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활로 모색을 위해 대대적인 박람회 참가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두바이전시회에 사임당가구 미성가구 등 24개 업체가 참가했다.
지난 9월에는 21개 업체가 상하이전시회에 출품했다.
다음달 21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도쿄가구전시회에도 20여 업체가 참가할 계획이다.
협진우드메탈 김춘수 대표는 "지금 가구업계는 국내에서 아둥바둥할 때가 아니다"며 "이젠 해외에서 승부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