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간판 타자 이승엽(삼성)에게는 `라이언 킹'이라는 별명이 항상 이름 앞을 장식하고 있다. 99년 한시즌 최다홈런(54개) 기록을 작성하며 얻어진 이 별명은 올시즌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5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때려내며 생애 3번째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이승엽을 수식하기에 결코 과장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수치적인 성적만 놓고 보면 최고의 거포가 틀림없는 이승엽에 대한 전문가나 일선 감독들의 평가는 엇갈려왔다. 중요한 순간에 팀보다는 자신의 성적에 더 신경쓰고 특히 큰 경기에 약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실제로 올시즌 39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긴 이승엽이 막상 희생플라이는 단1개에 그쳤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러던 이승엽이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라와서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연일 승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홈런포를 쏘아올린 것. 1차전에서는 3-4로 뒤진 5회 시원한 동점 홈런을 날려 상대 선발 빅터 콜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며 팀의 7-4의 재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22일 열린 2차전에서도 팀이 1-4로 끌려가던 6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1점 홈런을 뽑아내 호투하던 구자운을 강판시켰고 이후 팀 타선이 폭발하며 곧바로 4-4 동점을 이루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팀이 패해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이승엽은 이날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을 올리며 큰 경기에서 명성에 맞는 큰 활약을 펼쳤다. 또한 이틀 연속 터진 홈런으로 이승엽은 우즈(두산)가 가지고 있는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10개) 기록에 1개 뒤진 공동 2위에 올라섰다. 올시즌을 끝으로 해외 진출 자격을 얻게 되는 이승엽은 한국시리즈 개막 직전메이저리그로부터 신분 조회 요청을 받아 혹시나 마음이 들뜨지 않을까하는 구단 관계자들의 우려도 단숨에 불식시켰다. 한층 성숙해진 `라이언 킹'의 방망이에 삼성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의 희망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