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물량 공급 등으로 상승탄력이 느슨해졌으나 1,304원선에서 눈치보기가 한창이다. 밤새 역외선물환(NDF)시장의 오름세를 바탕으로 한 환율 상승은 장중 하락요인의 우월함을 바탕으로 꺾이는 분위기였으나 달러/엔 환율의 반등에 기댄 매수세가 상반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의 122엔대 급등이 달러/원 오름세를 지탱하는 동력원이 되고 있으며 국내 증시 강세와 외국인 주식순매수 규모의 커짐이 상승 시도를 붙잡고 있다. 이같이 변동 요인들이 위아래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어 환율 움직임은 제한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전 10시 59분 현재 전날보다 0.90원 오른 1,304.50원을 가리키고 있다. 전날보다 1.90원 오른 1,305.50원에 출발한 환율은 이를 고점으로 조금씩 흘러내려 9시 41분경 1,304.80원까지 내렸다. 이후 몇 차례 1,305원대 등정을 위한 시도를 잇던 환율은 추격 매수세의 부재와 물량 공급을 토대로 10시 22분경 1,303.90원까지 되밀린 뒤 달러/엔의 상승을 타고 1,304원선 중반을 거닐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이 시각 현재 122.48엔을 기록, 개장초의 내림폭을 만회하며 전날 뉴욕 마감가인 122.44엔 위로 올라서겠다는 시도를 잇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경기자극책의 하나로 엔화 단위를 바꾸는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화호칭 단위 변경은 한 예로 현행 '100엔'을 '1엔'으로 바꿔 부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화 1달러가 1엔 정도가 돼 엔화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며 국내 수요 증대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같은 시각 거래소에서 402억원의 주식순매수를, 코스닥시장에서 3억원의 순매도를 보이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전날에 비해 매수 강도가 강해진 상황. 주식자금의 매물화에 대한 기대가 환율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물량 공급은 많지 않은데 1,305원에 대한 레벨 부담감이 자리잡고 개장초에 역외에서 약간 팔면서 이에 기댄 매도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엔이나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상반되면서 큰 폭의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향력은 축소됐지만 달러/엔은 일단 쉽게 빠지기 힘들 것으로 보여 달러/원을 일정 수준에 머물게 할 것"이라며 "오늘 거래는 1,303∼1,306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