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라이제이션을 적극적으로 밀어온 국제기구를 비롯한 세계화 주도세력들이 미국 테러 사건을 계기로 일방적인 세계화에 대한 반성과 함께 노선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요컨대 글로벌라이제이션 자체는 여전한 대세이지만 방법론적인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이같은 분위기에 비춰 볼때 현재 논의중인 뉴라운드는 상당한 교정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파리에 본부를 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세계화가 전 지구적인 생활 수준 향상에 득이 되지만 세계화 규범이 광범위하게 수용되려면 시장접근및 소비자보호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OECD 보고서는 이런 내용을 포함, 교역확대와 순탄한 세계경제시스템 구축에 관련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교역확대 찬성론자들은 교역장벽을 낮춘 국가들이 교역으로 부를 얻었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지만 세계경제에 관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빈곤국과 세계화 반대 시위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 OECD 경제분석가인 니콜라스 밴스턴은 "소수의 석유부국을 제외하면 세계교역에 가장 열심히 참가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면서 "높은 관세와 환율 개입을 고수한 국가들은 교역확대와 투자유입 혜택에서 제외됐으며 이에 따라 성장 정체나 퇴보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OECD는 2차세계대전 이후 꾸준히 추진돼온 교역자유화같은 세계화 추세를 잘 활용해서 성공한 케이스로 한국 등을 꼽았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남캘리포니아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토드 샌들러도 "세계화로 앞선 나라의 노동기준과 금융관행을 뒤진 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됐다"면서 세계화 추진의 타당성을 옹호했다. OECD는 실증적인 연구 결과 세계화가 다국적기업이 저개발국가에서 노동을 착취하는 구실에 불과하다는 반(反)세계화 세력의 주장과는 달리 최빈국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현지의 노동조건을 개선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 무역규범 제정을 추진하는 세계무역기구(WTO)같은 국제기구들이 경제적인 비주류의 주장과 입장을 무시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고위 인사인 앤 플로리니는 "비정부조직과 반세계화 시위에 앞장서는 투사들이 다양한 요구를 내놓고 있지만 하나의 공통되는 요구는 결정과정의 배타성과 비밀주의를 없애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단체같은 비정부 기구들이 세계를 움직이는 규범들이 갖는 실제적이고 주요한 결함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반영할 경우 보다 효율적이고 정당하며 정치적으로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규범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르너 물러 독일 경제장관도 "무역과 환경, 노동조건, 식품안전, 의료보장 등이 갖는 밀접한 연계성을 더이상 무시하지 말아야 하며 개발도상국이 경쟁우위를 갖는 섬유와 농산물 교역을 촉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