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4:04
수정2006.04.02 04:07
백악관은 고위 관료가 퇴임하면 동료들이 코믹 비디오를 만들어 선물하는 재미있는 관례가 있다.
물론 동료들이 직접 출연해 포복절도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지난 99년 여름 루빈의 손에 쥐어진 테이프에 등장하는 한 장면.
루빈을 납치한 일본 관료들이 "제발 일본경제에 대해 한마디만 좋은 말을 해 달라"고 협박한다.
그러나 루빈은 자신의 이름과 직책만을 짧게 말하고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당시 엔화가치는 달러당 1백40엔을 넘나들던 시절이었다.
재무장관 시절 '강한 달러'를 고수했던 그의 정책 기조 때문에 엔화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 때문에 고전했던 일본의 경제관료들이 안아야 했던 고민을 풍자한 장면이었다.
대학시절 하버드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루빈은 월가에서 백만장자의 거부로 일어서면서 능력과 부를 함께 갖춘 남부러울 것 없는 인물이었다.
그와 함께 골드만삭스 공동회장을 맡았던 스티븐 프리드먼 회장은 "루빈은 놀라울 정도로 사고의 전환이 빠른 데다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도 대단한 인내심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지난 99년 루빈이 씨티그룹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시민단체들은 공직자의 윤리성을 문제삼아 그를 비판하기도 했다.
장관시절 은행 증권 보험업 등의 겸업을 허용하는 새 은행법안을 적극 지지하던 그가 겸업화를 추진하는 씨티그룹에 합류하는 것과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당시 루빈은 "은행법을 개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긴 했지만 씨티그룹의 경영참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