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서 벤처창업한 일본인 기시 토시로씨 ] 한·일 문화교류의 첨병을 자임하며 한국땅에서 벤처를 연 일본인이 있다. 인터넷 솔루션 제공업체인 JNK엔터프라이즈(www.korea-z.tv)의 기시 토시로 대표(44). 그는 인터넷을 한·일간의 새로운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매개라고 믿는다. 그래서 잘 나가던(?) 직장을 내던지고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기시 대표는 '한국통'이다. 일본 NHK방송의 한반도 전문기자로 10여년간 한국에 머물렀다. 9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한국지국장을 맡았다. 지난 94년 북한의 '불바다' 발언으로 한반도에 전쟁의 긴장감이 돌 때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초 15년동안의 저널리스트 생활을 접었다. "작년 봄 본사로부터 귀국하라는 통보를 받았죠.다시 돌아가서 쳇바퀴 돌듯 살아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뒤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사표를 내고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두 나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새로운 일을 하겠다고. 주변에서 좋은 직장을 버리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말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에겐 무엇보다 보람있는 일을 찾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한·일교류라는 큰 그림은 잡았지만 그 그림을 그리는 도구가 문제였다. TV영상 프로그램 제작,문화교류 이벤트 등 여러 사업이 머릿속에 들어왔지만 좀더 피부에 와닿는 것이 필요했다. 각종 구상끝에 그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과 일본 기업을 이어주는 일을 하기로 했다. 몇달간 준비를 거쳐 마침내 지난해 9월 'JNK엔터프라이즈'의 닻을 올렸다. 회사 이름도 '재팬 앤드 코리아(Japan & Korea)'를 줄여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이 회사가 하는 일은 인터넷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기업들이 만든 동영상 관련 콘텐츠를 상대국에 제공해주는 것이다. 한국과 관련된 문화자료와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이를 통해 솔루션의 성능을 시연한다. 예컨대 스마일미디어라는 한국 벤처에서 개발한 솔루션 '이저 SMIL'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연예인 하리수씨의 인터뷰 동영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솔루션과 함께 자연스레 한국 문화를 전하게 된다는 게 기시 대표의 생각이다. 이 솔루션은 일본 굴지의 정보통신회사인 NTT와 KDD에 공급됐다. 한·일간 기업들의 '다리' 역할을 하면서 기시 대표는 두 나라 비즈니스 관행의 차이점을 몸소 느낀다고 했다. "한국 기업인들은 '빨리빨리' 모든 일을 해치우려고 합니다. 단 1주일만에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들죠. 하지만 일본은 인간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만 믿고 일을 맡깁니다. 사람을 믿으려면 적어도 몇 년은 걸리지 않나요" 기시 대표에겐 사업보다 큰 꿈이 있다. 바로 한국인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한·일 문화의 전도사가 되는 것이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