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자) 엎친데 덮친 美 철강 피해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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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 등 20개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철강제품이 자국 철강산업에 피해를 준다는 판정을 내림에 따라 세계는 철강무역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물론 최종조치는 부시 대통령이 내년 2월 중순께 내리게 돼 있어 강도가 누그러질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판정으로 미 정부는 통상법 201조(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철강수출국들로서는 이만저만한 충격이 아닐 것이다.
201조가 발동돼 수입물량 제한이나 고율관세 부과 등의 조치가 내려질 경우 한국의 대미 철강수출은 40%( 연간 약1백만?)나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하니 가뜩이나 대미 수출이 안돼 고전하고 있는 판에 엎친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번 판정이 미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를 다른 나라에 전가하려는 불합리한 조치라는 국제 철강전문가들의 판단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판정 직후 로버트 죌릭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병을 앓고 있는 산업을 정부가 떠받쳐줄 수는 없다"며 미 철강업계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한 것만 봐도 책임소재가 어디 있는지 분명해진다.
미 철강업계의 곤경은 자국업체간 과당경쟁과 방만한 경영으로 국제경쟁력을 상실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 열연강판 국제시세가 ?당 1백90∼2백10달러인데 반해 미국시장에서는 2백70달러를 웃돈다니,이러고도 수입철강 탓만 할수 있겠는가.
미 정부가 끝내 수입제한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정부는 주요 철강수출국들과 협력체제를 강화해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의 맞대응도 필요하리라고 본다.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의 수입제한을 피하려면 상당한 반대급부도 있어야 하는 만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철강 고위급회의 등 다자간 협상에 적극 참여해 주요 생산국들의 과잉설비 해소와 보조금 축소 문제 등에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시 행정부의 강경입장으로 보아 자동차 반도체 등 또다른 우리의 수출주력산업에 대한 통상압력도 갈수록 거세질 게 분명하다.
이미 한국 반도체회사들을 상대로 반덤핑 제소에 나설 움직임이 있는가 하면 다음달 방한하는 부시 대통령이 자동차 문제를 비중있게 거론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미국시장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 재계 정치권은 물론 모든 경제 정치 사회주체들이 공조해 통상압력에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