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표 낸 호리에 <제일은행장>.."은행경영 정부개입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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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프레드 호리에 제일은행장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번 퇴진은 "내 스스로 결정한 사안(My own decision)"이라고 거듭 말했다.
'제1호 외국인 은행장'으로서 금융당국과 적지않은 마찰을 빚어 주목을 끌기도 했던 그는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은행경영의 세부적인 일에 당국이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국과의 협조관계가 긴요하다는 점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호리에 행장으로부터 그동안의 소회를 들어봤다.
-2년 가까이 제일은행을 이끌어 왔는데.
"많은 것을 배웠고 얻었다.
많은 친구(경영인)도 사귀었고 직원들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깊어지는 시점에서 떠나게 돼 서운한 감도 적지 않다.
다소 이기적인 생각인지 몰라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을 때 그만두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이임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사임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결정은 언제 했으며 왜 그만두기로 했나.
"2∼3개월 전부터 사임을 생각해 왔다.
나의 인생 목표중 하나인 51세 때 은퇴시기(56세)가 늦어졌다.
그런데 제일은행장으로 스카우트되면서 은퇴기간이 좀 연장됐다.
제일은행에서도 경영진 노조 직원들의 도움으로 변화와 개혁을 마무리했다고 판단했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이 하이닉스반도체 여신 등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하이닉스 여신 지원은 은행 내부에서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제일은행의 잠재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직원들에게 전에 볼 수 없었던 세일즈와 서비스 마인드가 형성됐다.
고객들에게 제일은행이 안전하고 강한 은행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게 앞으로 가장 큰 과제다"
-제일은행을 경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17년간 일본에서 근무한 나로선 문화적 이질감을 많이 느꼈다.
또 언론을 비롯한 모든 사람의 주목거리가 됐다는 점과 나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게 가장 부담스러웠다.
외국인이라는 점도 힘든 요소였다.
그러나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없다"
-이른바 '관치금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관치 금융은 과거에는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엔 은행들 스스로 시장원리에 따라 일을 처리하도록 놓아둬야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 내부의 세부적인 일에 관여하는 것보다 안전성과 건전성에만 신경쓰면 된다"
-금융당국과 마찰이 적지 않았는데.
"스톡 옵션 등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문제가 있었던게 사실이다.
당국에서 한 때 제일은행의 경영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갈등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많은 것을 배웠으며 그중 한가지는 금융당국과 긴밀하게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시중은행의 경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금리결정에 관한 문제를 얘기해 보자.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내리면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이자를 내리고 있다.
이는 나중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은행은 적정한 순이자 마진을 유지해야 한다.
금리하락은 경기침체를 의미한다.
그만큼 대출자산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모기지론(부동산담보대출)의 경우 시장금리가 내려가도 대출금리를 잘 내리지 않는다"
-한국 금융산업 전반에 대해 한마디 충고한다면.
"정부는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구조조정이 너무 단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지는 느낌이 든다"
-퇴임후 계획은.
"고향 하와이로 갈 예정이다.
21년만에 귀향한다.
그동안 고향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게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항상 머리 속에 간직해 왔다.
우선 자선단체에 참가할 예정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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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은행 지배구조 ]
제일은행의 지배구조는 다른 시중은행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선 이 은행은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사들의 모임인 이사회와 이사회에서 뽑은 경영진(집행임원)이 완전 분리돼 있다.
또 은행장이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다른 은행과 달리 제일은행은 총 16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절대권한을 쥐고 있다.
경영전략 수립뿐 아니라 리스크관리 등 주요 여신결정 등도 모두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16명의 이사회 멤버는 행장을 제외하곤 모두 사외이사.
한국인은 김철수 전 상공부장관 이윤재 김&장법률사무소 고문 등 네 명뿐이다.
11명의 외국인 사외이사 중엔 미키 켄터 전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