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살려야 나라가 산다] 제3부 : (12) (기고) "전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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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적 한국기업 구조 경제성장 장애물 안돼" ]
마우로 기엔 < 펜실베이니아大 와튼스쿨 교수 >
많은 측면에서 한국은 본받을 만하다.
반세기 전 절대 빈곤의 상태에서 일어섰으며 어려운 지리적 여건에서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으로 존경과 찬사를 받아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한국은 다루기 어려운 기업집단, 즉 재벌에 의해 지배되는 경제체제로 인식되고 있다.
재벌은 경제적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체제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한국에서 기업지배구조는 복잡한 문제다.
우선 세 가지 상호연관된 측면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는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가족에 의해 소유되거나 통제된다는 점이다.
둘째는 대재벌의 다소 과도한 사업 다각화이다.
마지막으로 재벌상호간이나 소기업 외국 다국적기업간에 나타나는 불편한 관계다.
이같은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혀 독특한 한국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한국의 가족기업들은 대부분 1세대나 2세대에 의해 소유.운용되고 있어 전문경영체제로 완전한 이전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우려되는 점은 한국 재벌들이 여전히 가족과 관련된, 도움이 안되는 역학관계에 종속되기 쉽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는 그런 사례를 몇 차례 목격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의 자유화 정책은 다각화된 재벌들로 하여금 각각의 분야에서 모두 성공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지난 97년 경제위기 때 재벌들은 과도한 사업 다각화로 큰 부담을 안았다.
외환위기는 기업구조조정을 촉발하고 그것이 너무 늦었다는 점을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원인을 지배구조에서 찾아서는 곤란하다.
기업지배구조는 은행제도 노동시장 세제 경쟁법 등 각국의 고유한 제도들과 상호연관 관계 속에서 발전한다.
한국 기업들의 다각화 관행의 근원은 정부가 대출프로그램과 보호무역을 결합해 재벌을 지원해 온데서 찾을 수있다.
저금리의 대출과 수입제한 및 관세는 몇몇 선택된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는데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확보하지 않고도 무수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은 자본집약적 산업에서 재벌이라 불리는 거대그룹이 활동할 수 있는 고유의 사회조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게다가 문화적 차이도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미국 기업들은 모험적 성향이 강한 반면 일본기업들은 안정을 선호한다.
또 대만은 적응력과 유연성을 살릴 수 있는 가족기업이 네트워크를 통해 성장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경제체제는 기업들에 대해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전문분야에 특화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확장과 다각화로는 성공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지배구조의 서구화가 정답은 아니다.
자본의 국제화가 진전된다 해도 지배구조 모델은 그 사회의 법적 전통, 사회제도, 발전경로 등에 좌우되게 마련이다.
결국 각국의 성장에 적합한 고유의 지배구조가 최선의 지배구조일 수 있다.
한국 고유의 기업지배구조가 성장의 장애물은 아니다.
재벌들의 폐해로 지적돼온 확장과 다각화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된다.
한국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전문경영과 전략적 집중, 재벌 중소기업 외국기업간에 다양하면서도 균형있는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지배구조를 발전시켜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