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가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금융당국이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문제 기업 처리가 늦어지고 미 테러사건 이후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자금이 단기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미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어 조기 해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게 당국의 판단이다. 그러나 하이닉스반도체 처리 등 국내여건이 호전되지 않는 한 자금의 단기부동화 흐름을 막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 테러사건 이후 심화 =금융권 수신중 6개월 미만의 단기수신 비중은 지난 7월말 43.6%에서 8월말 44.1%로, 10월20일 현재 45.5%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테러 사건 이후엔 늘어난 자금의 94%가 단기성 상품에 몰렸다. 앞으로의 상황을 그만큼 점치기 힘들기 때문에 장기상품 투자를 꺼린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회사채 발행시장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은 지난달 총 2조3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이보다 많은 규모를 상환, 총 6천7백65억원의 회사채를 순상환했다. 이번달에는 2조원 가량을 순상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신용등급 BBB-급까지 소화되던 회사채 시장은 테러사건 이후 BBB급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국고채, 단기물 선호현상 뚜렷 =회사채가 시장에서 외면받는 대신 안전투자대상인 국고채와 단기물에 대한 선호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다. 때문에 미 테러사건 이후 국고채와 회사채(신용등급 AA-급)간 금리 스프레드는 9월11일 1.41%포인트에서 15일엔 1.59%포인트로 확대됐다. 또 회사채 발행 위축과는 대조적으로 단기상품인 기업어음(CP)의 경우엔 발행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8월과 9월 각각 1조2천억원과 4천2백70억원을 순발행한데 이어 10월에도 5천억원이상을 순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채 중에서는 만기 3개월미만 회사채 발행 비중이 지난 7월 6.8%에서 이달 들어 30.2%까지 확대됐다. ◇ 단기부동화 이유는 작년과 다르다 =금융당국은 최근 자금 단기부동화의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우선 하이닉스반도체 등 문제기업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이닉스 지원안이 부결되는 등의 상황이 빚어질 경우 금융시장이 급속히 냉각될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장기금융상품에 투자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두번째는 향후 경기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최근 미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는 등 호전의 기미도 없진 않지만 투자자들로서는 여전히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셋째로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된 점도 단기부동화를 재촉하고 있다. 장기상품과 단기상품간 금리차이가 별로 없는 만큼 굳이 장기상품에 돈을 넣어둘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