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도전에 따른 각국의 위기관리 능력은 얼마나 될까. 이 문제는 테러사태 이후 각국 정부의 대응 조치를 살펴보면 어느정도 평가를 내릴수 있다. 테러 당사국인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 신속한 예방적 조치와 과단성있는 결단력이 돋보였다. 테러직후 곧바로 증시를 휴장했고 증시 재개장 한시간전에 금리를 대폭 인하해 증시안정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테러피해지역에 대한 지원과 경기부양 대책에 재무부,의회,중앙은행 등이 손발을 맞춰 결연하게 대처했다. 유럽과 일본,대만과 싱가포르 등 경쟁국들도 테러직후 금리를 신속히 내렸다. 충분한 유동성 공급,가격제한폭 축소,휴장 등 증시 충격완화 조치도 단행했다. 미국을 포함한 이들 나라의 국민들은 애국심과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화답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마지막까지 주변국 눈치만 보다 금리인하,증시개장 등 초기대응에 실패했다. 테러이후 열흘 사이에 여섯 차례에 걸쳐 장관급이 참석한 비상대책 회의를 갖고 대책을 내놓았으나 새로운 것이 없었다. 경제부총리제가 부활됐어도 리더십이 부족해 장관마다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제각각이었다. 정치권의 당리당략 싸움,정책일관성 결여,이용호 게이트 등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대부분 금융기관들은 재해에 대비한 백업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으며 뒤늦게 이를 구축하느라 부산한 움직임이다. 일부 국민들은 위기를 이용해 실리를 챙겼다. 일부 계층들의 달러 사재기로 원화만이 유일하게 약세를 보였는가 하면 보유주식을 대거 내다 팔아 주가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사회일탈행위도 발생했다. 한마디로 세계화 도전에 대한 위기관리지표인 정책협조,백업시스템 확보,선제적인 정책운용,국민화합 등 모든 면에서 그다지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앞으로 거대한 불확실성에 부딪힐 경우 현재와 같은 빈약한 위기관리 능력으로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