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세계경제의 동력원이었던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이 두가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있다. 하나는 미국의 테러전쟁이고 또하나는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논의할 뉴라운드 협상이다. 이 두 사항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결말나느냐에 따라 세계화의 운명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불길한 징후들=최근 상하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회의에서 회원국 정상들은 뉴라운드의 차질없는 출범을 합창했지만 당위성만 확약한 셈이고 실무적으론 첩첩산중이다. 우선 유럽과 더불어 새 무역협상의 중심축인 미국이 태러전쟁에 정신이 팔려 골치아픈 다자간협상에 몰두할 여유가 있는지부터 의심스럽다. 또 부시행정부가 교토기후협약을 파기해버린 전력에 비추어 다자주의보다는 쌍무주의에 기우는 경향도 문제다. 물론 태러전쟁으로 경제가 위축되는 것을 두려워하기는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뉴라운드같은 국제공조강화에 매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최근 철강마찰등에서도 드러났듯이 부시 정부는 체질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자유무역확대를 통한 무역장벽완화'보다는 당장 효험이 있는 반덤핑조치등을 더 능사로 아는 것같아 불길하다. 뉴라운드의 다른 한 축인 유럽도 최근 쉐뢰더 독일총리가 언급했듯이 단일통화체제정착등으로 '유럽자급경제체제'의 완성단계에 이르고있어 새 협정에 대한 열성이 예전같지않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무역협정 하나 맺어놓지못한 채 미국등으로부터 통상압력은 가장 세차게 받는 한국은 노심초사하지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실무적으로 볼 때 뉴라운드에서 한국의 이해가 얼마나 반영되느냐도 문제다. 정부 입장은 뉴라운드 협상을 조기에 출범시키고 각 의제별로 이해관계가 비슷한 이른바 '프렌즈(Friends,우호)국가'들과 공조를 통해 국내 산업계에 보다 유리하게 협상을 타결짓는 것이다. ◇의제=WTO(세계무역기구)회원국들은 지난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종료될 당시 농산물과 서비스 분야 무역자유화 정도가 미흡하다고 판단,2000년부터 추가적인 자유화협상을 시작하기로 약속했었다. 이번 뉴라운드에는 이 농산물과 서비스분야 자유화외에 UR 종결 이후 새로운 이슈로 부상한 다자간 투자규범 제정,환경 문제,전자상거래,반덤핑규정 개정여부 등이 주요 의제다. WTO는 내달 9일부터 13일까지 중동 카타르 도하에서 제4차 각료회의를 열고 뉴라운드 출범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9월 26일 WTO 일반의사회 하빈슨 의장이 발표한 각료선언문 초안에는 뉴라운드 의제가 선명히 드러나 있다. 초안은 △농산물및 서비스(금융 통신 시청각 법률 교육 에너지등) 무역자유화 △지적재산권 △투자·경쟁정책 △정부조달 투명성 △환경 △반덤핑·보조금 협정등 현행 WTO규정 개정 △전자상거래 △개도국 지원등의 분야에 걸쳐 교역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담고 있다. ◇쟁점=가장 큰 논란의 대상은 농산물 분야다. 농림부 이명수 국제농업국장은 "미국 호주등 농산물 수출국인 케언즈그룹과 수입국간 관세감축 수준,감축대상 보조금,수출제한조치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 수입물품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할수 있는 반덤핑도 논란거리다. 한국 일본 브라질등은 미국등 일부 선진국이 무분별하게 반덤핑 조항을 남용하고 있다며 현행 WTO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반덤핑협정 개정은 국내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2년뒤에 열리는 5차 WTO 각료회의에서 다루자고 주장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환경문제를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백% 과학적으로 입증할수 없다라도 건강에 유해하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규제조치를 취할수 있도록 하자는게 EU 주장이다. 대부분 개도국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밖에 선진국은 외국투자에 대해서도 내국민수준의 대우를 해주고 경쟁법(공정거래법)도 국가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개도국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정부의 입장=정부는 한국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선 뉴라운드를 통한 자유무역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카타르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 협상이 출범할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통상교섭본부 이성주 다자통상국장은 "각료회의 초안이 폭넓은 의제를 균형있게 반영하고 있어 그 기본구조를 수용할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반덤핑 농업 등 일부 핵심의제에 대해선 국내 산업계의 이해가 반영될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각료선언 초안의 기본틀이 그대로 유지된채 핵심쟁점에 대해선 각료회의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