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4:19
수정2006.04.02 04:22
국민 주택 신한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채권포기를 검토중이라고 밝힘에 따라 이 회사의 회생계획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지원방안을 전면 수정하는 등 그림을 새로 그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하이닉스의 미국 현지법인 채권은행들이 내달 8일 회의를 열어 디폴트(채무자의 상환불이행) 선언 여부를 결정키로 한 상태다.
하이닉스는 중국에 설비를 매각하고 대만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맺기로 하는 등 독자적인 회생방안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서 기술유출 등을 우려,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어 이 또한 하이닉스의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하이닉스의 회생계획은 과연 어떻게 될까 일부 은행이 채권을 포기하면=하이닉스 회생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고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채권단은 하이닉스에 신규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은행에 대해서는 채권의 70%를 포기토록 하고 30%는 출자전환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은행이 채권을 포기하면 하이닉스의 부채규모가 줄어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이자부담도 가벼워진다.
규 자금지원에 부정적인 은행들이 채권단에서 빠짐으로써 외환 산업 등 나머지 은행들이 구조조정촉진법에서 요구하는 75%이상의 지지를 모아 하이닉스 지원계획을 조기 확정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호재다.
문제는 채권포기를 검토중인 은행이 국민 주택 신한 등 이른바 우량은행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의 이탈은 나머지 은행들의 동요로 이어질 수있다.
다른 은행들이 추가로 채권을 포기하고 채권단에서 빠질 경우 하이닉스의 부채는 축소되지만 신규자금 지원규모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뿐만아니라 하이닉스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해외로 확산시키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국법인 채권단회의는 어떻게 되나=내달 8일 하이닉스반도체의 미국 유진공장 현지법인(HSMA) 채권단 회의가 예정돼 있다.
HSMA에 1조원 가량 빌려준 이들 은행은 자신들 외의 다른 하이닉스 채권자가 디폴트(채무자의 상환불이행)를 선언할 경우 자동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는 크로스디폴트 조항의 적용여부를 결정한다.
지난달 소시에테제네랄 등 하이닉스반도체의 외국계 채권은행들이 디폴트를 선언한 상태여서 HSMA채권단이 크로스디폴트 조항을 적용,디폴트를 선언하고 채권회수에 나서게 되면 현재 국내 채권단이 추진하고 있는 하이닉스 회생방안은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게 된다.
물론 하이닉스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미국현지법인 채권자들이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이자를 꾸준히 지급해온데다 하이닉스의 회생이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채권회수 가능성은 더 낮아져 디폴트 선언의 실익이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원리원칙대로 움직이는 해외의 채권은행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종섭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 채권은행들의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독자적인 자구강화=하이닉스는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 당초 계획이외의 독자적으로 2조원가량의 자금을 추가 확보키로 했다.
내년초로 계획하고 있는 유상증자 때 전략적 제휴대상 기업을 참여시켜 증자규모를 당초의 5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박종섭 사장은 이를 위해 대만을 방문,현지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 방안등에 대해 논의했다.
하이닉스의 자구계획에는 설비를 중국에 매각해 1조원 가량을 확보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당초 계획보다 미뤄지고 있으나 설비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중국 베이징시와 수도철강 등으로 구성된 실사단이 금명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첨단기술의 유출등을 우려 반도체 설비의 매각은 막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다 정부 일각에서도 부정적 시각이 표출되고 있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산업자원부는 하이닉스의 설비매각에 긍정적인 입장이나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는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