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국내 기업 법무팀은 계약서가 작성되고 나서야 법률적인 지원 업무에 들어간다. 그러나 SK텔레콤 법무실의 일은 계약서가 만들어지면 '사실상' 끝난다. 모든 법률적인 검토를 사전에 마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발 앞서가는 조직이다. SK텔레콤 법무실은 지난 94년 탄생했다. 법무실은 법무팀과 감사팀으로 구성된다. 전체 인원은 40여명이다. SK그룹 계열사들의 법무조직 가운데 가장 크다.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법무팀의 업무를 조율하는 기능도 맡고 있다. 법무실장인 윤순한 변호사(47)가 SK구조조정추진본부 상무를 겸임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윤 변호사는 "SK텔레콤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첨단 사업을 하고 있다"며 "법 규정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현실에서 어느 계열사보다 법무가 중요하고 그만큼 법무실도 강하다"라고 자평했다. 법무실은 계약서 등에 대한 사후 검토보다는 사전적인 법률 컨설팅에 주력하고 있다. 즉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SK텔레콤에서 외부로 나가는 모든 서류는 법무실을 거치게 돼 있다. 그만큼 신뢰를 받고 있는 법무실의 사내 변호사는 단 3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당백'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소수정예인 셈이다. 윤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72학번)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뉴욕대 로스쿨을 나왔다. 현재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그는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정상급 사내 변호사로 통한다. 지난 98년초에 터진 JP모건과의 약 10억달러 규모의 금융파생상품 분쟁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당연히 경영진으로부터도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그는 이제 SK텔레콤의 주요 경영 현안의 법률적인 리스크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윤 변호사는 "법률적인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나머지 해외에서 대금을 떼이는 한국기업들이 많아 안타까웠다"며 "제대로 된 글로벌 경영을 위해 무엇보다 법률적인 관리 능력을 우선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승국 변호사(39)는 법무팀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 법대와 대학원 학.석사인 그는 미국 밴더빌트(Vanderbilt) 로스쿨을 졸업했다. 특히 회사법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8년부터 SK(주) 법무팀에 몸담으며 가나국영석유회사에 정유공장 운영기술을 수출하는 프로젝트 등을 이끌었다. 지난해 8월 SK텔레콤 법무실의 법무팀장으로 영입됐다. 이후 법무팀을 능동적인 리스크 관리 체제로 바꾸는데 큰 공헌을 했다. 신 변호사는 "99년 인수한 신세기통신과의 합병 작업이 최근 법무실의 최대 현안"이라며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사내 변호사에게는 외부 전문가를 아웃소싱할 수 있는 네트워크 능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법무실의 막내는 '파란 눈'이다. 올해초 입사한 제이슨 쉬츠 변호사(Jason Sheets.29)가 그 주인공. 그는 인터넷을 통한 전세계에 낸 모집 공고에서 2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법무실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나온 그는 법무팀에서 해외투자 관련 각종 계약서를 전담, 처리하고 있다. 특히 중국어 실력까지 뛰어나 SK텔레콤의 중국 및 동남아 신규 시장개척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서비스는 세계적인 수준입이다. 이제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수출에 나설 때죠. 법무실은 이 과정에서 '첨병'이 되겠습니다"라고 윤 변호사는 포부를 밝혔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