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이 가을 특별공연으로 독일 극작가 게오르그 뷔히너 원작의 '보이첵'을 내달 1일부터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고전극과 정통극을 주로 공연했던 국립극단이 이같은 실험극을 선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게오르그 뷔히너는 생전에 유명한 희곡인 '당통의 죽음' 한 편을 발표하고 24세의 나이로 요절한 작가. '보이첵'은 그의 사후에 간행된 미완성 희곡으로 한 군인이 실제로 저지른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1821년 초 육군 보병인 보이첵은 직속 상관인 중대장의 면도사이면서 의사의 임상실험 대상이 돼 희롱을 당한다. 유일한 삶의 보람이었던 아내 마리를 장교인 악대장에게 빼앗기고 악대장과의 결투에서조차 패배하자 보이첵은 들끓는 분노에 사로잡혀 급기야 정신분열을 일으켜 마리를 살해하고 만다. 그는 아내를 살해한 지 3년 뒤 라이프치히 장터에서 공개 처형당하고 만다는 줄거리. 지난 8월 국립극단 연수단원 워크숍 공연으로 올려졌던 것을 다듬은 작품으로 1998년 '굿모닝 솔로몬'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 후보에 올랐던 젊은 연출가 최원석(34)이 연출을 맡았다. 주인공 보이첵은 노경준,그의 아내 마리는 김은정이 각각 연기한다. 그밖에 정승교 이종윤 최진우 등 국립극단 연수단원들이 출연한다. 국립극단은 이번 공연 무대를 사각의 링처럼 철망으로 둘러치고 배우들은 오른쪽만 있는 반쪽 의상을 입고 출연시키는 등 무대 디자인과 의상을 파격적으로 꾸몄다. 연출자 최씨는 "문명이라는 괴물이 야만인으로 규정된 한 인간을 투견장의 개로 길들여가는 과정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4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토요일 4시 7시30분,일요일 4시. (02)2274-3507∼8,www.ntok.go.kr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