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明哲 < KIEP 연구위원 / 前김일성종합대학 교수 > 남과 북이 경제적으로 협력해 상호이익을 창출해낸다고 할 때,그것은 기본적으로 두가지 조건변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하나는 경제협력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남과 북의 경제제도적,기술적,관행적,문화적 측면들을 호환성 있게 변화시켜 나간다는 것을 전제한다. 다른 하나는 남과 북의 경제협력사업이 지속되도록 정치ㆍ군사적 측면으로부터 보호되는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전자는 이익의 극대화를 가능케 하는 조건이며,후자는 이익에 대한 보호를 가능케 하기 위한 조건이다. 그러나 이중에서 후자의 조건은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는 항상 전자를 지배하는 결정적 조건으로 군림해 왔으며,남북이 창출한 모든 합의들을 깨는 역할을 해왔다. 한국정부가 각종 회담을 적극 제의하는 것도 합의는 하지만 실천에서는 정치ㆍ군사적 이유로 행동하지 않는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해 보고자 함일 것이다. 정상회담 이후 여러 가지 상징적 결과들이 탄생했지만 경협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적 구조는 변한 것이 없다. 남북이 공존ㆍ공영하에 협력하자는 선언이 있지만,서로 '주적(主敵)'으로 규정하면서 대치하고 있는 물리적 구조가 변하지 않고 있으며,이 물리적 수단들을 사용하게 되는 논리와 명분도 그대로여서 결국 상대에 대한 불신구조는 고착돼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하여 남북한에는 상대의 생각과 의도 및 행동들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해석해 낼 수 있는 정보와 인력 및 시스템이 부족해 과거와 같이 자기식대로 단편적으로 해석하거나 국내외 분위기에 맞게 가공해석해 내는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 그 결과 남북한이 각자 하고 있는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노출시키고 있으며,자기의 잘못을 남에게서 찾고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과거의 사례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협력을 포함해 남북관계를 진실로 진전시키고자 한다면,모든 것을 근본적인 문제해결로 부터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다시 말하면 정치ㆍ군사적 문제가 경제협력이나 사회·문화의 교류 협력에 시시비비 간섭하고 또 차단하지 못하도록 정치ㆍ군사적 신뢰조성과 안전장치 마련을 선행하라는 것이다. 이것 역시 대단히 추상적인 대답이긴 하지만,아쉽게도 특별한 방책은 없으며,이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의 '주기적 파고'는 피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우리가 정상회담 직후 급진전되었던 당시의 남북관계 사례들을 고무적인 것으로 평가한다면,지금쯤은 정상회담 이후 전개된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다시 한번 최고 실력자들이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주는 것이 한가지 방안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상회담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면서 시기마다 걸린 문제들을 큰 안목에서 풀어주는 계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남북경협은 남과 북의 경제력과 제도에 영향 받는 것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북한 신뢰도에도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남북경협을 남한과 북한 간의 사업으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국제경제환경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 또 신뢰와 믿음이 낮은 북한의 현 상황하에서 남북경협을 상호 이해관계가 있는 지역적 협력관계로 접근,실질적인 개발 이익 확대를 위한 기술적ㆍ재정적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경의선 철도 연결사업이나 동북아 에너지 개발사업 등을 이해관계가 있는 일ㆍ중ㆍ러 및 국제기구가 함께 참여하는 사업으로 성격을 바꾼다면 북한으로 하여금 거부감이 줄어들게 하며,'남북간의 책임관계'가 아닌 '국제적 책임관계'로 임하게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북한경제시스템이 국제경제시스템에 빨리 편입되게 하기 위해서는 지식적·경험적 교류를 통한 북한 자체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경협은 경협의 효율성 지속성 수익성 안정성 등 그 자체의 기술적 측면만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북한의 정치,국제사회와 국내사회의 영향을 고려하면서 3면적 성격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mjcho@kiep.go.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