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R&D 네트워크' ]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한국 경제에 더 이상의 성장은 없다. 우리나라의 R&D 투자는 규모가 작은 데다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한국개발연구원(KDI) 서중해 연구위원) 세계 경제의 침체와 중국 동남아국가의 맹렬한 추격 등으로 성장의 한계에 부닥친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R&D 투자가 필수적이지만 우리 기업과 정부의 R&D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에는 R&D 투자가 구조조정이라는 말 뒤에 가려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외환위기와 함께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R&D 투자 확대로 노키아 에릭슨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키우면서 정보기술(IT) 산업의 세계 1등 국가로 부상한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실제 과학기술부가 집계한 한국의 R&D 투자비는 99년말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46%인 1백억2천3백만달러. 절대액에서 미국의 5%, 일본의 8%에 불과하다. R&D 투자총액은 어쩔 수 없는 한계라 치더라도 GDP 대비 비율마저 일본의 3.06%, 미국의 2.84%보다 낮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97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 산업전체로 96년 2.5%에서 99년에는 2.10%로 낮아졌다.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기 위해 R&D 투자비용을 더욱 늘려야 할 시점에 기업들은 당면한 구조조정 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히려 투자비율을 줄이면서 '성장의 싹'을 틔우지 못하고 있다"고 강주상 고려대 교수는 지적했다. R&D 투자의 취약함은 연구원 1인당 연구비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구비는 99년 8천8백59만원으로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의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 기업들의 R&D 투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우리나라 상위 15개사의 총 연구개발비가 5조6천1백22억원으로 일본 마쓰시타전기산업 1개 기업의 연구개발비(5조6천5백95억원)보다도 적다. 연구개발비 지출 구조도 투자 금액에 비해 성과는 미미한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99년말 현재 R&D 관련 예산의 22.8%를 산업개발에 투입하고 22.3%를 국가적 지식증진에 사용했다. 반면 일본은 산업개발에 7.1%, 지식증진에 49.5%를 사용했다. 프랑스도 산업개발 12.2%, 지식증진 55.0%로 지식증진에 훨씬 많은 돈을 들였다. 정부예산이 과학.공학 교육이나 기초연구 같은 지식증진에 집중되지 않고 민간기업들이 투입해야 할 산업개발에 사용됨으로써 국가의 과학기술지식 경쟁력의 기초를 다지지 못하고 있는 것.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초기술 연구에 집중 투자하지 않고 당장의 실적에만 급급해 민간기업의 연구개발에 중복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 전체의 연구비는 미국의 1개 대학 연구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의대로 유명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은 99년 연구비로만 5억9천7백10만달러(약 7천1백65억원)를 썼다. 스탠퍼드대는 4억1천7백만달러, 하버드대 4억달러, 매사추세츠공대(MIT)는 3억7천6백만달러를 들였다. 반면 같은 해 국내 대학 연구비를 모두 합친 금액은 약 7천억원에 불과했다. 대학 교수들의 연구 실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급인 25위로 헝가리와 체코에도 밀리고 있다. 연구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국제학술지 게재 편수에서 지난해 우리나라는 자연과학 1만4천6백33편, 사회과학 3백25편, 인문과학 23편으로 총 1만4천9백83편이 등재돼 교수 1인당 평균 0.216편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0.429편) 일본(0.405편)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대학의 연구능력 부족으로 경제성장 잠재력이 크게 제한받을 것이라며 특히 산(産).학(學).관(官)의 분리현상이 심각한 상황에 있다는게 더욱 큰 문제라고 우려하고 있다. 서중해 연구위원은 "R&D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글로벌 R&D 네트워크에 참여해 다국적 기업과 국내 연구개발 체제를 접합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개발된 기술이 실용화.상업화될 수 있도록 객관적 평가체계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 [ 특별취재팀=이희주 산업부장(팀장) 손희식 김태완 김홍열 강동균 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