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친회도 글로벌시대' 이달초 대만의 타이베이에서는 특이한 행사가 하나 열렸다. 행사의 이름은 '제3회 조족종친 세계간친대회(趙族宗親 世界懇親大會)'. 10월5일부터 5일간 개최된 이 대회에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5백명 가량 참석했다. 사용하는 언어도 중국어 한국어 영어 등으로 다양했다. 얼핏 봐선 알기 힘든 이 대회의 성격은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의 성(姓)에서 드러난다. 참석자들의 성은 모두 'chao(조)'. 조씨 종친회의 '세계판'인 셈이다. 이 대회에 참석한 조병직 변호사(60)는 "국적이나 민족은 각각 달라도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됐다는 동질감이 이런 모임을 만들게 된 원동력"이라며 "3년마다 한번씩 모여 친목 도모와 함께 종친회의 향후 활동방안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종친회가 세계화 바람을 타고 있다. 시조(始祖)가 다른 나라인 귀화 성씨의 종친회들이 같은 성을 가진 다른 국가의 사람들과 활발한 교류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 일반인들이 보기엔 중국인이나 말레이시아 사람이 한국인과 어떻게 친척이 될 수 있을까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배천 조씨 대종회의 조명휘 총무부장은 "조(趙)씨 성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중국 송태조의 자손들"이라며 "이런 이유로 인해 중국인들은 조씨끼리는 모두 '한 집안식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에는 '본관'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얘기다. 귀화 성씨 가운데 글로벌 종친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또 다른 성씨로는 황씨가 있다. 20여년 전부터 매년 한번씩 나라별로 돌아가며 모임을 갖고 있다. 현재 회원국은 태국 필리핀 대만 미국 등 총 13개이며 종친회 본부는 대만에 있다. 황씨 종친회 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행사 때마다 전세계에서 3천∼4천명 가량 참석한다"며 "올해는 이달중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종친회를 열려고 했으나 테러로 인해 무기한 연기된 상태"라고 말했다. 화산 이씨는 베트남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성씨의 대부분이 중국에 근원을 두고 있는데 반해 화산 이씨는 베트남 왕족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 13세기초 변란을 피해 베트남을 탈출,황해도 옹진반도의 화산에 도착한 베트남 리왕조의 마지막 왕인 이천조(李天祚)의 둘째 왕자(이용상·李龍祥)가 화산 이씨의 시조다. 베트남 정부는 해마다 리왕조가 출범한 음력 3월15일이면 한국에 있는 화산 이씨 종친회 간부들을 초청해 기념식을 갖고 있다. 한편 원로 족보학자인 편홍기옹이 펴낸 '성씨의 발생사 및 씨족별 인물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사용중인 2백50개 성씨 가운데 외래 귀화 성은 총 1백36개에 달한다. 신라때 40여개,고려와 조선시대에 각각 60여개 및 30여개가 들어왔고 이중 1백30개가 중국에 근원을 두고 있다. 나머지는 △베트남에서 온 화산 이씨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덕수 장(張)씨 △몽골에서 온 연안 인(印)씨 △티베트지방의 위구르족에서 온 경주 설(卨)씨 등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