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자구책의 하나로 일부 반도체 공장의 중국 매각을 추진중인 가운데 한.중 두 나라가 정부 차원의 반도체산업 협력을 추진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 정부가 '조건만 맞으면 매각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는 일부의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한.중 반도체산업 협력의 전기를 마련하고 중국시장 개척을 위해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 차관보를 단장으로 하는 반도체산업 협력단을 파견한다고 29일 발표했다. 반도체산업협회와 반도체관련 장비.재료업체 29개사로 구성된 이번 협력단은 중국에서 공동 세미나 및 업체별 수출상담회 개최, 업체 방문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수출시장 개척활동에 나서고 양국간 산업협력 방안도 협의할 예정이다. 특히 양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시장정보 교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교류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키로 했다. 산자부는 중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중인 만큼 이번 협력단 파견이 세계 반도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 반도체 장비 및 재료 업체들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선정, 지난해까지 60억달러를 이 분야에 투입했다. 향후 투자 규모가 2005년까지는 1백81억달러, 2010년에는 3백61억달러(누계기준)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반도체회사들의 중국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모토로라 IBM AMD, 일본의 히타치 도시바 후지쓰 NEC가 이미 진출해 있다. 국내기업 가운데에선 삼성전자가 지난 94년 쑤저우(蘇州)에 반도체 조립라인을 설립했다. 우리 정부는 잠재력이 큰 중국시장에 국내 반도체 회사들이 진출하려면 하이닉스반도체 매각문제를 매끄럽게 처리하는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하이닉스의 일부 공장이 중국에 매각되더라도 당장 우리를 쫓아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핵심 반도체 설비가 이전됨으로써 반도체마저 중국에 곧바로 추격당할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를 부인한 것이다. 내달 2일 서울에서 한·중 경제장관 회의가 예정돼있어 정부의 이런 입장이 이번에 중국측에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하이닉스 공장 인수에 관심을 보인 중국 컨소시엄에는 중국의 정부기관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 만큼 이번 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석포 메리츠증권 책임연구위원은 "반도체 생산설비는 세대교체 속도가 매우 빨라 시간을 놓치면 고물 취급을 받게 된다"며 "설비 매각을 반도체강국 입지 상실로 연결시키는 것은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설비 매각이 앞으로 엄청나게 커질 중국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