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되며 종합지수가 이레째 상승했다. 주가상승의 원동력은 외국인 매수세이며 테러 이후 충격을 소화하면서 낙폭과대와 금리인하기조에 바탕을 둔 유동성이 수급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종합지수는 당초 최대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540선을 넘어 추가상승을 시도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6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한 가운데 5일선이 유지되고 있다. 20일선도 상향전환 뒤 상향기울기가 다소 가빠르게 올라오며 520선에 접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내부적인 수급여건 개선에 따른 이른바 유동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매수가 규모는 줄었다고 하더라도 좀더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나 우리나 유동성을 바탕에 두면서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며 시장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추가 상승이냐 조정이냐를 두고 시각차이는 있으나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유동성 안정감 찾기, 시각차이 요인들 = 그러나 시장 내부의 수급개선이 이뤄졌고 단기 긍정적인 흐름을 말하더라도 경기나 실적 악화를 언제까지 도외시할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실제로 거래일 기준으로 나흘전 540선에 진입한 종합지수는 전날 종가기준으로는 오름세를 보였으나 사흘째 시가보다 종가가 낮아지며 '음봉'이 출현했다. 캔들의 모습을 보더라도 매수매도간 힘겨루기가 이어지며 몸통이 납작하고 위와 아래꼬리가 달린 십자형 모습을 보이면서 550선에 다가서다 주춤거리고 있다. 경기나 실적 전망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고 있는 게 주된 이유다. 얼핏 보면 지난 1월과 4월의 제한적 순환상승 장세와 성격이 비슷하다. 다르다면 미국이 금리인하를 아홉번 단행하면서 부동화하는 유동성이 늘어났다는 것과 테러 이후 경기에 대한 확신은 더욱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른바 유동성과 경기회복 기대감 사이의 양극화 현상이다. 심리적으로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체감'이 빚어지는 가운데 열번째 금리인하를 목전에 두고 유동성의 힘이 정부의 정책지원 하에서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그 갭차이에서 시장거래자나 분석가들의 견해가 '백가쟁명'식으로 스펙트럼이 교차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수급대결구도는 시장전망과 어울리며 내부적인 대립구도를 뚜렷이 하고 있다. 현 장세의 가장 큰 특징은 △ 투자주체별로는 외국인 매수 對 기관 또는 개인의 매도 지속 △ 시장별로는 현물시장 對 선물시장간 괴리 심화이다. ◆ 외국인 매수 對 기관 매도 = 현시장을 수급장세로 봤을 때 현물시장의 경우 외국인 매수세가 장을 이끌고 있으나 기관의 매도싸움도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선물시장의 경우 누적포지션 기준으로 외국인 매수와 개인의 매도가 공방을 벌이며 대립하고 있다. 외국인은 거래소에서는 지난 11일 이래 13일째 순매수하고, 코스닥에서는 무려 20일째 매수우위를 보였다. 10월들어 두 시장을 합쳐 모두 1조7,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시장관계자들은 외국인 매수규모는 더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매수기조는 좀더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도 지난주 미국의 뮤추얼펀드에서 자금이 순유출돼 매도전환 우려감을 줬으나 470억원을 순매수했다. SK증권 투자정보팀의 김종국 차장은 "외국인 매수규모는 점차 둔화될 것"이라면서도 "지난 1월과 4월과 비교하더라도 외국인 매수 여력은 좀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뮤추얼펀드에서 자금이 왔다갔다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내에 미칠 시차나 종목교체 등을 감안할 때 외국인이 매도전환할 것이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의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된다고 하더라도 외국인 순매수로 보강된 유동성이 존재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종목별 순환매의 기반을 유지하면서 제한적이나마 긍정적인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거래소의 경우 외국인 매수세가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범위가 확대되지 않아 종목편중이 심하고, 이들 종목에 대한 지분율이 최고수준에 달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신영의 김인수 팀장은 "최근 외국인이 강력 매수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18만원대에 접어들면서 외국계간에도 매매공방이 벌어지고 SK텔레콤도 지분한도의 97% 이상 찼다"며 "주도주 부재를 타개하기 위한 모멘텀이 나와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기에 기관 매물이 지속적으로 출회되면서 이와 동시에 개인의 접근이 제약되는 점 역시 지적될 필요가 있다. 지수는 500선에서 550선까지 비교적 빠르게 올라왔으나 시세가 난 종목은 그리 많지 않다. 은행, 건설 등 대중주도 최근 탄력이 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SK의 김종국 차장은 "기관이 지속적으로 매물을 내놓고 있어 기관의 매수참여를 기대하기는 곤란하다"며 "또 외국인 매側?개인보다는 기관 매물을 소화, 지난 1,4월처럼 개인의 접근이 쉽지는 않은 차이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현물과 선물시장의 괴리, 백워데이션 심화 = 현물시장 상승이 이어지고 있으나 선물의 더딘 모습에 현선물간 가격차이가 자꾸만 벌어지며 선물저평가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매도우위가 지속되고 있다. 이날 종가기준 시장베이시스는 마이너스 1.63으로 백워데이션이 심화된 상태로 마쳤다. 지난주 마이너스 1.0∼1.2대보다 벌어져 선물의 저평가 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시장베이시스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의 미래 상승에 대한 긍정적 전망보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서 시장베이시스 백워데이션이 완화되면 사상최고치 수준으로 확대된 매도차익잔고가 청산되면서 매수력을 확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선물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그 같은 기대가 당장 실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저금리추세와 주식시장의 전망이 불확실한 것을 이용, 주식을 장기보유하고 있는 연기금 등을 통해 주식을 빌린 뒤 매도차익거래에 나설 가능성이 더 크다. 주식대차가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 26일 현재 매도차익잔고는 3,400억원을 돌파, 사상 최대치를 경신해 가고 있다. 한누리증권의 관계자는 "시장베이시스 백워데이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선물참가자들의 시장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현물을 따라 선물이 올라야 한다기보다는 현물이 오름폭을 줄여 선물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도차익잔고가 3,400억원이나 신고외 물량 등을 고려하면 과대평가됐고 앞으로 더 증가할 소지가 높다"며 "미국 주가가 테러 수준을 회복했다고 안심하다 혹여 조정을 보인다면 현물시장이 견디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 국민·주택은행의 매매정지도 감안해야 = 한편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합병을 위해 거래소에서 매매거래가 정지된 것이 차익거래를 제약하는 상황변수가 되고 있다. 국민, 주택 두 은행의 시가총액 비중은 5%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들 종목을 제외하고 다른 종목으로 교체해 매도차익거래를 할 경우, 오는 11월 9일로 예정된 통합은행의 신규 상장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 심각한 트래킹 애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동양증권의 전균 과장은 "차익거래를 하는 인덱스펀드의 경우 시가총액 5% 이상을 차지하는 국민·주택은행을 제외하고 인덱스를 구성하기 곤란하다"며 "두 종목을 빼거나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할 경우 나중에 통합은행의 신규상장 때 심각한 손실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물저평가를 이용해 매도차익거래가 출회되야 하는 데도 이들 두 종목이 거래가 정지됨으로써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인덱스형 포트폴리오 구성에 차질이 빚어져 선물매수와 연계된 현물매도가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대한투신운용의 펀드매니저는 "국민·주택은행을 제외할 경우 트래킹애러 확률이 높다"며 "11월 9일경 통합은행이 신규상장될 예정이어서 그때까지 만만치 않게 차익거래를 제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도차익거래를 할 경우 두 종목을 아예 빼고 하기는 힘들고 빼고할 경우는 아주 짧게 할 수 밖에 없다"며 "중장기라면 다른 은행업종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안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누리증권 관계자는 "지수를 완전히 복제해야되는 것은 지난주 거의 정리했다"며 "매도차익기회를 놓칠 수 없어 편입종목수를 늘려 대체하고 있으나 부담이 커 매매규모는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수급여건이 다소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수급장세에서 백워데이션을 이용한 기관 매도가 감소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놓칠 경우 수급우위 장세에 대한 과도한 낙관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흥투신의 펀드매니저는 "외국인에 의한 유동성과 심리가 펀더멘털을 도외시하며 테러 전 수준을 회복했고 미국 주가도 그 이상으로 오버슈팅된 것으로 보인다"며 "3/4분기 미국의 GDP가 마이너스를 보이고 4/4분기 전망은 더욱 나빠질 염려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