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관리인 외교부신문사 황싱위안(黃星原) 아시아·아프리카 처장.그는 지금 윈난(雲南)성 마리포(麻栗坡)현에 있다. 마리포는 윈난에서도 대표적인 오지다. 그는 부현장으로 1년 넘게 일하고 있다. 직업외교관이 외교와는 전혀 다른 일을 위해 산골 오지로 가게 된 이유는 뭘까. 윈난으로 내려가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하방(下放·시골로 쫓겨남)' 이유를 물었다.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 국민)들의 고초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마리포는 26만명의 인구 중 약 3분의 2가 극빈층이다. 주민들과 어울리며 서부개발,잘사는 법 등을 연구해볼 계획이다" 그의 목소리는 의외로 밝았다. 중국 외교부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방순회 근무제도'를 운영한다. 현실을 정확하게 알아야만 '현실 외교'를 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과 부딪치는 일을 시켜 '국민을 사랑하는 외교관'으로 키우자는 뜻도 있다. 외교와는 전혀 다른 일이 주어진다. 그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고급 외교관으로 거듭난다. 황 처장은 "마리포 주민은 훌륭한 외교학 선생님"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곳에서 중국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보고, 그들을 사랑하는 법도 배운다. 15년 공직생활 대부분을 베이징과 해외에서 보냈기에 더욱 절실한 경험이다.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 감옥에 수감된 한국인이 병사하고,통보 없이 사형 당한 사건이 양국 외교현안으로 부각됐다. 문제의 밑바닥에 '국민 사랑할 줄 모르는 한국 외교'가 깔려 있다. 선양 총영사관은 이미 지난 6월 한국인이 중국 감옥에서 사망한 사실을 알았다.그러나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중국에서, 그것도 감옥에서 죽었다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외교관들의 자국민 보호가 그 정도니 중국이 우리나라를 우습게 볼 수밖에 없다. 베이징 상사원들은 대사관 직원들이 '물에 떠있는 기름' 같다고 자주 말한다. 위에서만 군림,아래 교민들의 어려움을 모른다는 얘기다. 외시합격 후 '온실에서만 자란 꽃'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우리 외교관들은 외교 기법에 앞서 '국민 사랑하기'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