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최악의 디폴트 사태를 면하려면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채 협상이 성공해도 디폴트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는다.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한 내년에 다시 디폴트 위기에 몰릴 수 있다. 리카르도 하우스만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아르헨티나가 고정환율제를 변동환율제로 바꾸고 인플레 억제목표치를 설정, 정책을 운용하면 최악의 디폴트 사태를 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변동환율이 되면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가 급락, 수출경쟁력이 회복돼 경제가 살아나고 그에 따라 외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면 달러빚을 지고 있는 기업들의 부채가 불어나 기업도산 사태가 불가피해진다. 1억달러 부채가 있는 기업의 경우 지금은 1억페소만 있으면 되지만 페소화 가치 30% 하락시 빚이 1억3천만페소로 늘어나게 된다. 하우스만 교수는 그러나 디폴트보다는 기업도산 사태가 낫다고 지적한다. 현재 아르헨티나 환율시스템은 통화위원회(currency board) 제도로 미 달러화에 페소화를 1 대 1로 고정시켜 놓고 있다. 이 제도는 고정환율과 함께 외환보유액 만큼만 국내 통화를 공급할 수 있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 91년 연간 인플레율이 6천%까지 치솟는 등 물가 불안이 극심하자 이 제도가 도입됐다. 그 후 물가는 잡혔으나 고평가된 페소화로 수출경쟁력이 하락, 지금의 경기침체와 외채위기를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