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영문과 4학년인 김모씨(24?여). 학기 초에 그는 졸업에 필요한 12학점을 모두 신청했지만 얼마전 생각을 바꿔 두 과목의 수강을 철회해 버렸다. 그동안 20여업체에 이력서를 내봤으나 번번이 떨어지자 아예 한 학기 더 다니기로 결정한 것이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김씨와 같이 정규 8학기 외에 9학기, 10학기를 다니는 '장수'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취업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해서든 '아직 졸업하지 않았다'는 꼬리표를 달아두기 위해서다. 적(籍)을 걸어놓는 방식도 다양하다. 학점을 덜 신청해 스스로 졸업을 '유예'하는 것을 비롯해 △고전적 방식인 대학원 진학 및 군입대 △대학원에서도 졸업 유예 △인문계 학생의 경우 기업이 선호하는 상경계로의 학사편입 △중·단기 어학연수 등 각종 방안들이 동원되고 있다. 대학원도 일반 대학원보다는 취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국제대학원 등이 선호되고 있다. 실제 외국계기업의 '입사 요람'으로 정평이 난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의 경우 이달 초 정원 2백50명인 강당에서 연 입학설명회에 무려 5백여명의 학생이 몰려들었다. 대학원 관계자는 "통상 4 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보여 왔는데 접수 추세를 보니 올해에는 경쟁률이 예년의 두 배 이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버티기'는 여대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여대생들 사이에서도 4년졸업은 '조기졸업'으로 통한다. 서울여대 홍민주씨(23)는 "98학번 동기 40명 중 올해 졸업앨범 사진을 찍은 사람은 고작 2명뿐"이라며 "나머지의 절반은 외국 어학연수를, 또 절반은 입사원서 받으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