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 합병은행이 11월1일 공식출범한다. 합병으로 새출발하는 '국민은행'은 규모와 자금력 영업네트워크 등에서 국내 다른 어떤 은행보다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지주회사를 맞상대로 꼽기도 하지만 자산규모만 보더라도 각각 1백1조원, 63조원으로 합병은행의 1백85조원에 비교하면 한참 뒤처진다. 김정태 합병은행장은 출범을 앞두고 "정부규제가 풀리는 대로 1천1백24개 지점망에서 자동차보험 생명보험상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30일 밝혔다. 또 "중복고객을 제외하더라도 2천2백만여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며 "합병은행의 경쟁상대는 국내 은행이 아니라 씨티은행 HSBC 등 외국 선진 은행"이라고 강조했다. 합병은행의 위상 =합병은행은 지난 9월말 기준 1백85조3천6백9억원의 자산을 보유해 국내 1위, 세계 60위권의 규모를 자랑한다.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 9월말 1조6천2백70억원(국민 8천6백31억원, 주택 7천6백39억원)을 기록했고 연말에는 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김 행장은 내년에는 3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점수는 국내 최대다. 이 영업망을 통해 보험 증권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면 시장지배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합병은행은 또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금리를 선도하는 리딩뱅크 역할도 수행할 전망이다. 금융계에서는 합병은행이 가계대출 시장의 62%, 총 수신시장의 36%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합병은행의 출범은 다른 은행들의 이합집산을 강요하는 촉매제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매각작업이 진행중인 서울은행은 물론 하나 한미 신한은행 등 중소 규모의 은행과 조흥 외환은행 등 부실기업에 발목이 잡혀 있는 은행들간 합종연횡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 행장도 "합병은 생존의 문제"라며 "앞으로도 금융회사간 합병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공의 관건은 조직융화 =거대한 위용에도 불구하고 합병은행의 치명적 약점은 외부보다는 내부에 있다. 국민 주택 두 은행 출신직원간 조직융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김 행장은 출범을 이틀 앞둔 30일 김병환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을 전격적으로 만나 네가지 항목에 합의했다. 우선 두 은행 직원들의 직급간 격차를 조정하고 국민은행 명동본점을 합병은행 본점으로 삼기로 했다. 또 노사는 상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국민은행 직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기로 했다. 출범을 눈앞에 두고 이뤄진 이 같은 합의로 합병은행의 장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당장은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노사관계 및 조직융화 문제는 합병은행의 불안요인이다. 두 은행 노조는 합병 후에도 당분간 이원화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행장이 과연 한 지붕 두 가족의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할지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