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이 최고 경쟁력] 해외에 내다 팔 고유기술이 없다..한국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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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만큼 뿌린 대로 거두는 분야도 드물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세계 경기가 침체되자 앞다퉈 연구개발(R&D) 투자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선진국을 따라잡기는 커녕 발뒤꿈치에 다가서기도 어렵습니다"(이화석 기술표준원 자본재과장)
한국의 기술 경쟁력과 개발 풍토를 통렬하게 꼬집는 한마디다.
새로운 성장을 위해 R&D 비용을 쏟아부어야 할 판에 기업들은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투자를 줄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게다가 정부도 추락하는 경기를 부여잡고 장기적인 기술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은 외면한채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만 골몰하고 있다.
기술 선진국의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하고 다시 뒷걸음질치는 형국이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연구개발 =한국 기술 경쟁력의 현주소는 R&D 대상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한국의 기초기술 연구비중은 전체 R&D 투자액의 13.6%로 미국(15.6%)과 일본(13.9%) 등 선진국에 뒤지고 있다.
프랑스(22.2%) 독일(21.2%)과는 비교도 안된다.
대신 응용기술 개발비중은 25.7%로 미국(22.6%) 일본(24.6%) 프랑스(28.5%) 등을 압도하고 있다.
뿌리보다는 싻에 거름을 뿌리는 상황이다.
과실을 빨리 따먹으려는 조급함이 기술개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기술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도 선진국보다 훨씬 낮다.
한국은 기술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19% 수준인데 반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22~26%에 달하고 있다.
핵심.원천기술이 없다 =한국은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핵심기술이나 원천기술도 별로 없다.
이 때문에 한국은 국내 기술을 내다팔지 못하고 선진 기술을 도입하는 데만 급급한 실정이다.
기술의 해외 의존도는 심화되고 있는데 정부나 기업이나 국내 기술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지는 약해 보인다.
특히 첨단기술의 해외 의존도는 지난 94년 11.5%에서 97년에는 19%로 급격히 높아졌다.
미국의 해외기술 의존도가 3.24%에 불과하고 일본과 독일도 각각 6.39%와 6.38%에 머물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대목이다.
눈덩이처럼 급증하는 기술 적자 =지난해 기술수출 규모는 1억9천3백만달러를 기록했지만 한국이 상품 무역규모 세계 13위 국가인 점에 비춰 보면 '0'에 가깝다.
반면 기술수입 규모는 26억8천6백만달러를 기록, 수출의 14배나 된다.
기술 수출액이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문데 반해 수입액은 급격히 증가, 기술수지 적자가 매년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기술수지 적자는 지난 94년 11억6천6백만달러를 기록, 적자폭이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선데 이어 95년 18억5천5백만달러 96년 21억8천8백만달러 97년 22억5천2백만달러 98년 22억4천6백만달러 99년 24억9천3백만달러 등 해를 거듭할수록 적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주요 산업의 경쟁력은 =철강 반도체 디지털가전 등 일부 분야만 선진국에 근접해 있거나 비슷할 뿐 섬유 일반기계 등 대부분의 산업은 선진국과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
섬유는 신소재.제품 개발능력이 선진국의 70% 정도이며 디자인력은 50~60%선에 불과하다.
일반기계는 설계 기술력과 공장자동화설비 국산화율이 선진국의 50%에도 못미친다.
광(光)부품과 광통신 핵심기술도 선진국의 30~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수출 효자품목으로 각광받고 있는 조선 이동통신장비 등의 설계능력과 기술력은 선진국의 75~85%를 맴돌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세계 수준이라고 평가받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는 불모지나 마찬가지다.
컴퓨터도 상품화와 제조기술은 선진국에 근접하고 있지만 마이크로프로세서 운영시스템(OS) 등 핵심기술은 전적으로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