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패망 '秘史'] (26.끝) '대우패망 비사 1부를 끝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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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회장님께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았습니다.
편지였지만 허락해주신 대로 지난달 24일자 한경에 전문(全文)을 공개했습니다.
독자들의 적지않은 반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응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지금에 와서 무슨 낯으로 '죄인 김우중'이 공개적으로 편지를 썼느냐는 것이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김 회장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었다고 할 것입니다.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들은 어느 편이든 약간의 흥분같은 것이 배어 있습니다.
놀랍게도 대우그룹의 전현직 임직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우직원 중에 어떤 이는 김 회장에 대해 노골적인 분노를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또 어떤 사람은 "우리는 정말 그와 함께 열심히 일했다"는 주장을 잊지 않았습니다.
취재팀조차 두패로 갈라져 있습니다.
대우의 '필연적 실패'를 강조하는 기자도 있지만 '대우 정신' 만큼은 높이 사야 한다는 주장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팀장으로서 이 두가지로 맞서 있는 목소리를 균형되게 담아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32년에 걸친 도전과 실패의 기록이며 그 모든 오류와 잘못, 성취와 좌절의 기록을 몇편의 기사로 어찌 온전히 전달할 수 있겠습니까.
많은 질문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대우패망 비사 1부는 일단 여기서 끝내고자 합니다.
허다한 질문에 대한 답은 메아리로 남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멀지않은 장래에 대우패망 비사 2부를 다시 시작해볼 생각입니다.
그때는 아마도 김 회장의 육성이 필요할지도 모르겠고 지금껏 증언을 거부한 이헌재씨나 당시 권부의 실세들조차 증언을 남겨주리라고 믿습니다.
좀체 기록을 남기지 않고, 실패로부터의 배움조차 별로 없는 사회라는 것을 이번에도 절감합니다.
그래서 파국으로 귀착된 하나의 긴 이야기는 우리 앞에 여전한 숙제로 놓여 있습니다.
취재팀은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도 컸습니다.
편지를 끝내면서 한가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이제는 서울로 돌아와야 하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전해주신 말씀으로는 빠르면 연말에라도 돌아오겠다는 것이지만 더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봅니다.
누구든 자신의 십자가는 자신이 지는 것이 옳을 것 입니다.
부디 건강에 유념하시길 바라며 서울에서 뵙기를 바랍니다.
대우패망비사에 깊은 관심을 보여준 독자 여러분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취재팀장 정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