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의 최대 수혜자로서 그동안 다자간 무역체제의 적극적 옹호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지역블록화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통상정책 방향을 틀고 있다. 일본 통상정책의 변화는 통산성이 내놓은 '통상백서 2000'에 잘 나타나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자주의에서 쌍무적 측면을 강화한 중층주의로의 전환'이다. WTO(세계무역기구)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무역체제 위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등 지역협력체와 미국 유럽 동아시아 각국간 쌍무적 협력을 적절히 배합해 글로벌 경제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쌍무적 협력은 대상국가나 지역에서 일본 상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파는 동시에 농업 서비스 등 경쟁력이 낮은 자국 산업의 개혁을 위해 외국의 압력을 활용하는 것을 겨냥하고 있다. 이처럼 통상정책이 바뀌게 된 데는 게이단렌(經團連)을 비롯한 일본 재계의 강력한 요청이 배경이 됐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전략에 따라 최근 싱가포르 정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키로 합의했다. 또 일본은 한국 캐나다 멕시코 등과도 협정 체결을 추진중이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