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문제에 대한 정부.여당과 야당간의 대립이 재연되고 있다. 자민련이 31일 한나라당과 함께 법인세율을 2%포인트 낮추기 위해 관련 법률을 개정키로 방침을 정하면서 정기국회의 내년 예산안 심의에 앞서 정부.여당과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한나라당이 최근 보궐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원내 과반수 의석에 한석 모자라는 거대 야당으로 다시 태어난 데다 자민련마저 한나라당에 동조하면서 여당과 정부는 당장 수적 열세에 몰리게 됐다. 이와 관련,한나라당이 이미 국회에 제출해놓은 법인세법 개정안 통과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법인세율 인하 =정부와 여당은 경기 부양을 위한 대책으로 법인세율 인하보다는 1조8천억원 규모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재정 확대로 방향을 잡았다. 현실적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통해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칫 조세 수입만 축소시켜 재정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진념 경제부총리와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은 법인세율 인하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경기부양 효과가 의문시되는 만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난 9월 말 과세표준 1억원 이하의 법인세율은 16%에서 14%, 1억원 초과 사업체는 28%에서 26%로 축소하는 내용의 감세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정기국회에서 관철시키기로 당론을 정해 놓고 있다. 여기에 소득세, 특소세까지 합치면 모두 5조6천억원의 감세를 실시하자는 것이 한나라당 주장이다. 이처럼 한나라당과 정부·여당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자민련이 한나라당 측에 서면서 대세가 '법인세율 인하'로 기우는 형국이 됐다. 정우택 자민련 정책위의장은 이날 법인세율 2%포인트 인하(금액 1조5천억원) 방침을 밝히면서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 재정지출만 늘리면 비효율적인 정부 때문에 민간 부분이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재정지출 확대는 '캠퍼 주사'처럼 단기적 효과는 기대되지만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는 역부족이란 얘기다. ◇ 법인세율 인하 가능성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율 인하가 이뤄질 개연성이 커졌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부 일각에서도 '거대 야당이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막을 방도가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법인세율 인하가 이뤄졌을 때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세수 감소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하는 부분이다. 정부는 법인세율이 2%포인트 인하만으로도 연간 1조5천억원 가량 조세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감세가 실시된다면 1백12조원으로 편성된 내년 예산안을 상당폭 수정해야 하고 한나라당 주장대로라면 내년 예산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에 모두 1백4조원을 걷겠다는 생각이지만 한나라당은 이를 99조원대로 낮추자는 주장이다. 야당은 "내년 예산중 선심성 항목이 적지 않다"고 주장하며 예산안 삭감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의식, 5%를 넘어서는 낙관적인 경제성장 전망치를 근거로 팽창예산을 짰다는 것이다. 감세를 보전할 만한 수준으로 조세감면을 축소하자는 주장도 정치권 일부에서 제기된다. 법인세 축소 규모에 맞춰 기업설비투자 등에 주어지는 세제혜택을 줄인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방안은 실제적인 법인세 감면효과를 상쇄시킬 뿐 아니라 기업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높다. 김병일.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