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가 마침내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달들어 처음이자 거래일수로는 20일만이다. 물론 순매수규모는 크지 않다. 그러나 외국인이 이틀 연속 매도우위로 돌아선 상황에서 나온 기관들의 태도전환이라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기관들의 매수전환은 이미 예견돼 왔다. 다만 시기가 문제였다. 기관들이 이달들어 팔아 놓은 상장주식은 1조여원어치에 달한다. 조정을 받을 경우 다시 주식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침 지난 30일 주가가 조정을 받자 일부 기관이 주식을 다시 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관투자가의 매수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팔아 놓은 자금이 상당한데다 11월부터는 국민연금 연기금통합펀드 등을 통한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투자자의 경우 기관투자가가 선호하는 종목들을 미리 사두는 선취매 전략이 유효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런 종목으로는 IT(정보기술)주보다는 실적호전주 금융주 통신서비스주 내수주 배당유망주 등이 꼽히고 있다. ◇수급이 호전된다=기관투자가를 둘러싼 수급 사정은 급속히 호전되고 있다. 우선 이달 들어서만 상장주식을 1조여원어치 팔았다. 반면 환매는 별로 없었다. 게다가 채권금리도 오름세다. 무한정 현금성 자산으로 갖고 있을 수도 없다. 다시 주식을 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뿐만 아니다. 11월부터 국민연금(주식 매수 여력 6천억원)과 연기금통합펀드(6천억원)를 통해 1조2천억원의 매수 여력이 새로 생긴다. 장기증권저축 펀드도 소규모이지만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투신사 수탁고가 줄고 있지만 순수 주식형 펀드는 증가하는 추세다. 강신우 굿모닝투신 상무는 "기관을 둘러싼 수급 사정이 호전되고 있어 주식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시기다=중요한 것은 과연 기관들이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사느냐 여부다. 주가가 530선대로 하락하자 기관들이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순매수 규모는 크지 않았다. 530선 수준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기관 자금을 움직이는 펀드매니저들은 자신들이 팔았던 지수 이상에서 주식을 사는 것을 본능적으로 꺼린다. 이런 점에서 보면 종합주가지수 520선에서 기관들이 본격적으로 '주식 사재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최성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국내 기관의 일별 순매도 규모와 해당일 지수를 가중 평균해 보면 대략 종합주가지수 523이 기관의 가중 평균 매도 단가로 추정된다"며 "단기 랠리 과정에서 소외돼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는 기관 입장에서는 최소한 지수가 530 밑으로 떨어져야 부담없이 재매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삼성투신 상무도 "경기상황이 급속히 호전될 조짐이 없는 만큼 기관들이 섣불리 주식을 살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또 주가의 급락 가능성도 작아 기관들이 520선에서 주식을 사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관이 선호하는 종목=이런 점을 감안하면 기관투자가가 선호하는 종목을 선취매하는 전략이 효율적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분간 주가가 500~560선에서 횡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기관이 선호하는 종목으로 △포트폴리오 구성상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동안 너무 많이 팔았던 종목 △실적호전 우량주 △배당유망주 등을 꼽고 있다. 황규원 한국투신 연구위원은 "이달 들어 기관들이 많이 판 종목 중 올해와 내년 실적호전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는 종목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풍산 동부화재 한진해운 동아제약 LG전선 LG건설 한미은행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신우 상무도 "실적호전이 가시화되고 있는 통신서비스주 자동차주 금융주와 신세계 태평양 롯데칠성 등 내수 기반이 탄탄한 업종 1위 종목 및 배당 유망주가 각광받을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석중 교보증권 상무는 "월드컵을 앞두고 교통사고율이 줄어들면서 뚜렷한 실적호전세를 보이는 보험주와 현대백화점 LG홈쇼핑 동부건설 등 내수주를 기관들이 다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