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혼합간장과 양조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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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음식용어'(윤서석) 장류(醬類)편을 보면 자그마치 1백27가지의 장(醬)이름이 나온다.
간장 종류만 해도 보리로 담근 대맥장,밀가루로 만든 백면장,입춘전에 맛보는 담북장,흉년이나 수해 때 담는 더덕도라지장,메주를 따뜻한 물에 넣은 항아리를 땅에 묻고 가장자리에 태운 겨를 채워 열흘만에 익혀 먹는 급조장등 수없이 많다.
음식맛은 장맛이라고 하거니와 장맛은 시기,메주맛,소금 비율,물맛에 따라 달라진다.
메주콩은 '알이 작고 고른 봄콩이 좋고,장독은 비가 와도 독바닥이 물에 잠기지 않는 곳에 놔야 한다'(제민요술)고 한다.
그래야 부드럽고 깊은 맛과 감칠 맛,은근한 향이 깃들인 간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엔 도시는 물론 시골에서조차 간장을 직접 담그는 가정을 찾기 어렵다.
콩을 삶아 메주를 띄우고 간장을 담근 뒤에도 여러번 달여야 하는 일이 힘들고 번거로운 탓도 있지만 언제 어디서나 쉽게 간장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중엔 국 조림 양념등 갖가지 용도의 간장이 나와 있다.
이들 간장은 제조법에 따라 산분해간장과 양조간장,두 가지를 섞은 혼합간장 등으로 나뉘는데 현재 국내시장에선 혼합간장이 78%,양조간장이 19%를 차지한다고 한다.
산분해간장이란 콩의 자연숙성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탈지대두를 염산으로 가수분해한 다음 중화시켜 만드는 것,양조간장은 재래식간장처럼 메주를 띄워 발효 숙성시킨 것,혼합간장은 두 가지를 섞은 것이다.
간장 제조업체중 한곳에서 산분해간장 생산을 중지하고 양조간장만 판매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산분해간장의 경우 가수분해 과정에서 인체 유해 의심물질인 MCPD가 생기는 만큼 이것이 섞인 혼합간장을 안팔겠다는 것이다.
반면 혼합간장 판매비율이 높은 업체에선 혼합간장이 싸고 각종 실험 결과 MCPD 함유량이 국제 허용치기준을 훨씬 밑돌아 해롭지 않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간장의 대량생산에서 비롯된 일이다.
두가지 중 어느 걸 선택하는가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