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안전법규 '全無' .. 신생아 3명 사망 사고 '예고된 인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산후조리원에 있던 신생아 3명이 최근 1주일새 잇따라 사망한 사건을 둘러싸고 발병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관련, 의료계 관계자들은 산후조리원이 사실상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시설기준 제정 등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사망 원인 =31일 일산경찰서와 일산 백병원에 따르면 마두동 H산후조리원에 있다가 퇴원한 생후 21일 된 여아가 지난달 28일 오후 1시10분께 갑자기 구토 등의 증세를 보여 백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 오후 1시께 숨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22일과 24일에는 E산후조리원에 있던 생후 17일과 10일 된 신생아들이 이상한 증세를 나타내 백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모두 사망했다.
이들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바이러스 감염이냐 아니냐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숨진 3명의 신생아에 대해 응급치료를 했던 백병원 이종국 소아과장은 "증세 및 발병 시기가 유사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바이러스 감염성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국립보건원 관계자는 "숨진 아기들의 부검 결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패혈증은 없었으며 로타 바이러스 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을 보였다"며 일단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방치된 산후조리원 =이번 사고는 '예고된 인재'나 다름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경기도 기흥의 산후조리원에서 생후 2주 된 여아가 숨졌을 때 보건당국이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도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었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또 지난 9월 민주당 김태홍 의원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산모의 3%, 신생아의 4.6%가 감염과 관련된 피해를 당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는데도 정부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산후조리원은 현재 세무서 신고만 하면 누구나 개설할 수 있는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있는데다 운영상황을 관리하는 기관도 없다.
시설 및 인력기준, 위생관리 요건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령 역시 전무한 실정이다.
박문일 한양대 산부인과 교수는 "신생아는 감염 위험이 매우 높고 신체적으로 불안정한 존재"라며 "불결한 산후조리원이 많은데다 산모들이 너무 늦게 병원을 찾는 탓에 큰 사고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