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국내에서 출원된 전체 물질특허의 83%가 외국인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신물질분야에서 우위를 보유한 외국인의 출원이 많을 것은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이렇게 높다는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내국인 출원비중이 매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우리가 물질특허에 주목하는 이유는 길게 설명할 필요없이 특허를 확보하면 해당 물질을 활용한 모든 제품이 영향권 아래 들어갈 만큼 독점적 이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물질특허에서 우위를 확보하면 그것은 곧 엄청난 시장이나 로열티를 가져다 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역으로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비록 선진국의 시장개방 압력이 거셌고 제약과 농약업계 등 관련부문의 반대도 심했지만,지난 1987년 물질특허제도를 도입한 것은 잘한 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특허청 자료를 보면 아직 가야 할 길이 한참 멀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87년 이후 전체 2만2천6백32건의 물질특허가 국내에서 출원됐지만 1만8천건 이상은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과 미국 일본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형편이 이렇다면 우리가 외국에 출원한 물질특허가 얼마나 될지는 굳이 비교를 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외국의 공세는 갈수록 강해지는 반면 내국인 출원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도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그나마 꾸준히 증가하던 내국인 출원비중이 97년 30.2%를 고비로 98년 27.0%, 99년 23.1%, 작년 21.4% 등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허청은 이렇게 된 원인을 외환위기 와중에서 위축된 연구개발 투자에서 찾는 모양이지만 그렇게만 볼 것은 결코 아니다. 하나의 물질특허를 내기까지 막대한 선행투자와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위축된 투자의 여파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다. 또 물질특허를 두고 선진국과 일부 개도국 사이에 줄다리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뉴라운드에서도 쟁점이 될 태세이지만 바이오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데서 나타나듯이 선진국의 선점적 공세가 강화될 것임도 불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보다 위기의식을 갖고 물질특허에 대한 선진국의 동향 파악은 물론 우리의 강점분야 발굴 및 확고한 우위 확보 방안,물질특허 출원의 활성화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정부와 기업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