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미래가 약속돼 있는 것처럼 보였던 정보기술(IT)이 침체기를 맞으면서 그 목표가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과거의 정책과 성과를 분석하고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지 다시한번 생각해 볼 때입니다" 광운대가 '동북아시아 3국의 IT혁명에 대한 사회변동과 향후 전망'을 주제로 최근 개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 고바야시 고이치 일본 도쿄대 사회정보연구소 교수(59)는 이같이 지적했다. "지식 공유,전자공공권 구축,예술표현활동 혁신 등을 내걸고 탄생한 인터넷이 상업주의에 밀려 미디어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했습니다" 그는 "인터넷이 우리 삶의 본질을 바꾸지 못했다"며 "다만 우리 생활의 일부가 인터넷 공간으로 이동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인간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 지나치게 몰입할 경우 또 다른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이모티콘 등 감성위주의 단편적이고 오락적인 것만을 즐기기보다는 데카르트나 막스 베버의 책을 읽으면서 이성의 세계를 넓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IT산업과 ADSL같은 초고속 통신인프라가 급성장하고 있는데 놀랐다"며 한국을 '네트워크 왕국'으로 표현했다. 그는 또 "일본도 전자정부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넷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일본 IT산업은 한국보다 뒤져 있다"며 "이는 일본전자산업의 해외이전 등 공동화현상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사회가 정보공개를 꺼리고 횡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기 힘든 종적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도 정보 네트워크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역동성이 살아있는 나라입니다" 그는 "한국의 IT벤처가 완숙기에 이른 일본전자산업과 손잡을 경우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두 나라 젊은이들간에 디지털 문화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