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제언) 조선왕조실록 백업정신 본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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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용 < 넷컴스토리지 대표 sycho@netcomstorage.com >
우리 조상의 백업(Back up) 정신은 6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조선 태종에서 철종까지 5백년 가까운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을 4부씩 인쇄, 전국 각지에 보관해 놓았다.
처음에는 춘추관과 충주 전주 성주 등 4곳에 실록을 보관했는데 임진왜란 때 전주 사고(史庫)를 제외한 나머지 사고가 모두 소실되었다.
이렇게 되자 조정에서는 복사본을 더 만들어 침략자의 발길이 닿기 힘든 묘향산 태백산 오대산 마니산 등으로 분산해 놓았다.
외세의 침략이나 천재지변으로부터 역사적 사실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선조들은 이처럼 험난한 지형을 이용해 여러 곳에 인쇄물을 나누어 보관했던 것이다.
오늘날 '조선왕조실록'이 세계 문화유산이 된 것은 우리 조상의 지혜로운 데이터 보관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이터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저장하는 기술은 오늘날 원격지에 이중 또는 삼중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백업시스템으로 이어진다.
한 곳의 데이터 저장장치가 파괴되고 데이터가 완전히 사라져도 다른 장소의 데이터 저장장치가 살아있기 때문에 곧바로 정상적인 데이터의 운용관리가 가능하다.
일반인들에게는 백업이나 스토리지(데이터 저장장치)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최근 미국 세계무역센터 건물 붕괴 이후 이 말들이 종종 매스컴에 보도되어 친숙해지고 있다.
당시 그 건물에 입주해 있던 모건스탠리는 전산본부를 인근 브루클린에 따로 설치해 놓아 기업과 고객의 중요한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었다는게 외신을 타고 전세계에 알려졌다.
더욱 놀랄만한 사실은 미국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이미 90년대에 원격지 이중화 재해복구솔루션을 완벽히 구축해 놓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해복구솔루션은 테이프를 이용한 '백업(Back up)'과 하드디스크를 이용한 '복제(Replication)'로 구분된다.
'백업'은 가장 전통적이고 안전한 저장방식으로 테이프 라이브러리,DVD,주크박스 등이 사용되며 백업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서버에 의해 네트워크상의 데이터를 백업한다.
'복제'는 데이터를 2대 이상의 온라인 저장장치(RAID)에 보관하고 한쪽 장치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계속적인 업무가 가능하도록 유지시켜 주는 재해복구시스템이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조사대상 95개 국내 정부기관중 원격지에 백업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는 기관은 한 곳도 없다.
이 가운데 53개 기관만이 같은 건물 내 백업시스템을 가동하고 있거나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도 원격지에 백업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외환은행과 증권전산 정도이며 나머지 금융사들은 동일 건물 내에 구축되어 있다.
데이터 저장 붕괴시 절반 이상의 금융권은 자체 백업센터에서 데이터를 복구하는데 24시간이나 소요된다.
실시간은 꿈도 못 꾸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기업이 데이터를 얼마나 잘 저장하고 관리하느냐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따라서 정부나 기업이나 데이터 보호와 관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