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19.3%나 줄어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 이어진 가운데 감소폭도 더 커진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닐수 없다. 추석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든 탓도 있다지만 테러사태 여파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주력 수출지역과 품목이 동반 부진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우선 지역별 수출실적을 보면 대미 수출이 지난 9월의 17.0% 감소에서 배에 가까운 32.4%의 급락세를 보여 주력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데다 그나마 증가세를 유지해 오던 중국수출마저 8.3%의 감소세로 돌아서 전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 대로 괜찮았던 동남아시장도 중국에 밀리고 있고 중동 중남미 등에 대한 수출까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정말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품목별 실적을 보더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IT산업의 침체로 반도체 수출이 60%나 줄어들었고 그래도 주력 수출품목으로 버텨주던 섬유 생활용품 가전 등 소비재 수출까지 25∼30%씩의 감소세로 돌아서 수출증가의 돌파구를 찾기가 어렵게 됐다. 효자 품목이라던 자동차 수출도 14%나 줄어 들었다. 수출이 최악인 상황에서 그나마 수입도 함께 줄어들어 다행히 무역수지 적자는 면했지만 수입내역을 보면 향후 국내경기와 수출을 좌우할 원자재 자본재 수입이 소비재 수입보다 더 큰폭으로 줄어들어 속사정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세계경제의 동시불황으로 수출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고 보면 결코 예사롭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세계은행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1차 석유파동 이후 25년만에 세계 경제의 3대 축인 미국 일본 유럽 경제가 동시불황으로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가 3분기에 0.4%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선진경제 전체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수출전망이 매우 어둡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이같이 수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마땅한 대책을 찾기가 어렵다는데 있다. 민간연구소들은 내년 상반기 수출증가율을 마이너스로 낮춰 잡는 등 비관적으로 흐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방관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정부는 내수를 살려 버텨볼 요량이지만 그것만으로 늘어나는 실업 등에 대처하기는 역부족이다. 수출독려만으로 될 일이 아니므로 정부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투자 확대, 마케팅 강화 등 장기적인 수출대책을 적극 강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