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매출지상주의'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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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A백화점은 올들어 2백95일 동안 영업했다.
이중 1백35일간 사은 행사를 벌였다.
총 영업일수의 45%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총 매출액의 1.4%가 사은품을 마련하는데 들어갔다.
이익 내기도 빠듯한 후발 백화점으로선 등골이 휠 지경이다.
지난달에 열린 가을 정기 세일때도 예외없이 사은품(공짜선물)이 위력을 떨쳤다.
공짜심리는 인간의 기본 심성인지라 탓할 요소는 아니다.
문제는 이틀이 멀다하고 사은행사를 연다는데 있다.
이렇게 되면 백화점은 이익을 까먹고 소비자는 공짜 중독자로 변한다. 백화점이 사은품에 든 비용을 건지는 방법은 두가지다.매출을 충분히 끌어올리거나 입점업체 수수료를 올리는 것이다.
매출 끌어올리기가 힘든 불경기엔 통상 수수료를 올리는 방법을 택한다.
수수료는 입점업체들에 매장을 내주는 대가로 매출액의 10∼40%가 백화점에 돌아간다.
수수료 인상은 강자의 전리품이다.
무리인줄 알면서 백화점들이 사은행사를 강행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당장 약효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약 중독자들이 점점 강도 높은 효과를 원하듯 소비자들도 갈수록 번듯한 사은품을 원한다.
결국 백화점도,입점업체도,소비자도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상처를 입는다.
'사은행사는 마약'이란 말은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사은행사의 밑바닥에 깔린 이념은 '매출지상주의'다.
IMF체제의 청산과 함께 사라졌어야 할 이념이 아직까지 유통업계를 지배한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매출지상주의의 선두에는 롯데가 버티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그 사상적 뿌리는 신격호 롯데 회장이다.
신 회장은 노령에도 불구,한국에 머무르는 홀수 달에 일선 점포의 매출까지 일일이 챙길 정도로 왕성한 경영의욕을 과시한다는게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오너의 관심에 부응하지 못하는 결과가 어떤지를 일선 점장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결론은 이렇게 된다.
롯데 회장의 매출지상주의가 물이 흐르듯 자연스레 유통업계 전체를 적시고 급기야는 소비자들까지 오도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논리의 비약인지 아닌지는 홀수달인 11월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