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일자) 정말 한심한 한국외교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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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범죄 혐의로 처형당한 신모씨 사건과 관련,중국측이 사전통보를 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채 통보 받은바 없다며 중국측에 항의한 우리측의 외교적 실수는 참으로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대통령까지 나서 '유감'을 표명한 마당에 뒤늦게 우리측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판명됐으니 정말 나라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을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인가.
우선 무사안일과 책임회피에 급급한 외교부의 기강해이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간의 다툼에서도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하물며 국가간의 외교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그나마 뒤늦은 사실확인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사전통보 물증을 제시하며 '근거없는 비난을 삼가달라'고 요청한 연후에야 이뤄졌으니 우리 외교부의 기강해이가 얼마나 심각한가는 달리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고 본다.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가 더욱 실망한 것은 우리 외교부의 영사업무가 너무 허술했다는 점이다.
한 나라의 외교가 맡아야할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는 재외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국 선양 영사사무소의 업무처리 전말을 보면 그런 기본 임무를 망각하고 있지 않았나 의심스럽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는 재판관련 문서가 그토록 소홀히 다뤄질 수 있었겠는가. 현지인 직원의 부주의라는 해명이지만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부족한 인력과 과중한 업무 때문이란 지적도 있지만 변명에 불과하다.정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소재를 철저히 가려 엄중문책하는 동시에 영사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근래들어 크고 작은 외교실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직도 현안으로 남아 있는 우리 어선의 남쿠릴 수역 조업금지와 관련된 꽁치분쟁도 사전적 외교전략의 미흡 때문이란 지적이 이미 제기된바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외교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우리 외교부의 실수와는 별개로 중국측이 신모씨의 사형집행사실 등을 즉각 통보하지않은 책임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해야 함은 물론이다.
한·중 양국간의 인적 물적교류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 틀림없는 만큼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