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큰 은행일수록 고객들에게 높은 수수료를 물린다는 조사보고서가 미국에서 발표돼 논란을 빚고 있다. 합병등을 통해 은행 규모를 키우면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 고객들이 혜택을 입는다는 기존 이론과 배치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공금리 조사그룹이 전국 5백21개 은행과 1백44개 저축기관의 수수료를 조사한 결과 3백여개의 대형은행은 지불계좌에 대한 유지 수수료를 올해 평균 2백66 달러 물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99년보다 13%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소형은행들이 물리는 계좌 유지 수수료는 6% 준 1백91달러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 소형은행보다 규모가 작은 신용조합같은 저축기관의 경우 수수료가 1백1달러에 불과,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단체들은 이번 조사 결과는 은행규모가 커질수록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커진다는 이론등에 따라 이뤄진 수많은 인수 합병의 근거를 약화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은행들이 수수료를 신설하거나 기존 수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수입을 늘리고 있다며 전체 은행 수입의 40%가 수수료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해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 후원으로 이뤄진 수수료 조사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에도 큰 은행들이 자동입출금기(ATM) 사용수수료나 지불계좌 유지수수료를 소형 은행보다 더 물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은행 연합회 관계자는 고객들이 실제 지불계좌에 일정 금액을 넣어둠으로써 수수료를 물지 않거나 다른 상품들과의 연계 거래를 통해 수수료를 절약하기 때문에 이번 조사 결과가 전체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