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의 사채 신용등급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투자자들 사이에 팽배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특히 동일 기업에 대해서도 일본의 신용평가회사들이 매기는 등급이 구미에 비해 지나치게 후하다며 엄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어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투자자들의 불만이 노골화된 가장 큰 계기는 지난 9월 도산한 대형 유통업체 '마이칼'의 사채가 휴지조각이 되면서 비롯됐다. 일본 유통업계 전체에서 매출 랭킹 4위를 달린 이 회사는 자금난 소문이 끊이지 않았으면서도 무너지기 한달 전까지 일본신용등급연구소(JCR)로부터 투자적격 판정을 유지했었다. JCR는 최고 등급 AAA에서 BBB까지의 4개 등급을 투자적격으로 판정하고 있으며 마이칼은 작년 9월 BBB로 하향 조정된 후 지난 8월17일까지 이 등급을 계속 유지했다. 마이칼이 일본 안팎에서 발행한 전환사채와 보통사채 잔고 3천5백억엔 중 개인투자자들이 작년 한햇동안 사들인 것은 9백억엔어치에 달했다. 투자자들과 일본 언론은 이에 따라 장기투자 대상인 사채의 특징을 감안할 때 JCR가 신용등급 조정의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산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투기적 등급을 매겨 봐야 무슨 예방 효과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미국 신용평가 회사인 무디스와 S&P는 마이칼의 신용등급을 매기기 시작한 지난 97년부터 이미 '투기적'이라며 불합격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신용평가 회사들의 자국 기업에 대한 후한 판정은 다른 곳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용등급투자정보센터(R&I)가 마이칼의 장기채를 투기적 등급으로 낮춘 시기는 도산 3개월 전인 지난 6월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