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64)가 이끄는 세계 정상의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내한공연을 갖는다. 오는 16,17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세종문화회관대극장에서다. 아쉬케나지가 지휘자로 한국에 오는 것은 지난 96년 5월 도이치벨레 교향악단을 이끌고 세종문화회관을 찾은 데 이어 두 번째.체코필도 95년 10월 예술의전당 공연에 이은 두 번째 연주회다. 아쉬케나지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한국에서의 연주는 행복하다"며"청중들이 풍부한 감수성으로 음악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8년 외환위기 당시 지휘자가 아닌,피아니스트로 내한해 자신의 개런티를 직접 깎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아쉬케나지는 그동안 데카 EMI 등 숱한 메이저 레이블에서 음반을 냈지만 '정상의 피아니스트'라는 찬사와 달리 지휘자로는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해왔다. 그러나 지난 98년 체코 필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이래 세계투어에 나서면서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카리스마적인 통솔력보다 온화한 성품으로 단원들 간의 조화를 강조해 훌륭한 연주를 이끌어냈던 것. 체코필은 1896년 프라하 국민오페라극장 단원들을 중심으로 결성돼 같은 해 드보르자크의 지휘로 제1회 연주회를 가졌고 바츨라프 탈리흐,라파엘 쿠벨리크,바츨라프 노이만 등의 상임지휘자를 거치면서 세계 정상급 교향악단으로서의 명성을 지켜왔다. 보헤미안적인 우수와 수수한 음색이 돋보이며 특히 체코 출신의 드보르자크와 스메타나 작품 연주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16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작품 64'와 말러의 '교향곡 제7번 마단조 밤의 노래' 등을 연주한다. 17일에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내림나장조 작품 595'와 말러의 '교향곡 7번'을 들려준다. 첫 날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할 이성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널리 알려진 곡이어서 부담이 크다"며 "이 곡에 담긴 바이올린의 기교와 음악성을 제대로 표출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쉬케나지는 음악에 대한 철학이 뚜렷한 데다 푸근한 인간미도 갖춘 분이어서 협연이 기다려진다"고 덧붙였다. (02)369-2911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