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의 선진화 역시 규제완화를 통한 경쟁촉진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도로 항만 철도 등과 같이 물류의 토대가 되는 사회간접자본(SOC)의 확충이야 시간이 걸리는 프로젝트이지만 물류서비스 비용은 규제완화만으로도 크게 낮출 수있다는 지적이다. 선진국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미국과 유럽 등 물류 선진국들은 노동력 부족과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고 비용을 절감키 위해 1980년대 초부터 각종 운송사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세계 4위 국토에 전세계 3분의 1의 자동차가 굴러 다닌다는 교통 대국 미국. 80년부터 화물자동차와 철도 운송사업에 대한 시장진입 장벽을 없애고 요금을 자율화해 물류를 시장경쟁에 맡겼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교통시설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지금도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98년 교통인프라개선과 안전의 증진을 위한 'NEXTEA(National Economic Crossroads Transportation Efficiency Act)'를 제정했다. 미국은 이 법에 따라 2003년까지 도로상태를 30% 개선시킨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프랑스는 86년 법개정을 통해 1백50㎞ 이내의 운송요금을 자율화했다. 정부주도의 물류정책을 유지해 온 일본도 지난 90년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을 면허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운임은 허가제에서 사전 신고제로 전환했다. 노선과 구역의 업종구분을 폐지하고 일반화물 운송사업으로 통합했다. 96년에는 물류비 완화를 통한 고비용 경제구조의 시정을 중요한 개혁과제로 제시했다. 동아시아의 허브를 지향하는 한국은 어떤가. 교통개발연구원이 지난 5월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창고 등 물류시설은 제조업의 공장에 주어지는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한다. 물류업을 서비스업으로 분류해 놓은 탓이다. 예컨대 공장용지와 달리 물류관련 시설토지는 합산해 과세하고,물류창고에서 쓰는 전기세에는 산업용보다 20%가량 비싼 일반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물류업은 제조업과 유통업으로 대상을 한정한 세제지원(조세감면규제법 지방세법)과 금융지원(지방중소기업육성장금 유통산업합리화자금 산업기반자금)도 받지 못한다. 창고시설과 부지 마련, 정보시스템 구축 등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데서 알 수 있듯 물류가 국가기간산업의 하나인데도 이를 간과한데서 비롯된 결과다. 규제가 너무 많아 정책이 왜곡되기도 한다. 실례로 국내 영업용 화물차량은 자동차안전기준에 따라 40t 이하만 쓸 수 있게 하고 도심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물류입국을 실현한 네덜란드 싱가포르 홍콩은 모두 항만의 지속적인 확장, 통관절차 간소화, 환적화물에 대한 우대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의 경우 취급 물동량의 55%가 환적화물이다. 네덜란드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유럽의 5%에 불과하지만 전 유럽 수송량의 27%를 처리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물류가 자국을 통해 자유롭게 흐르게 함으로써 적은 인구와 좁은 영토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허브로 부상,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