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년간 산업계의 경영환경은 눈부시게 변했다. 글로벌화의 물결과 정보기술의 발달등이 주요 배경이다. 도요타자동차도 이같은 변화를 맞아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그대로 지켜야 할지 모르는 커다란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떠한 전략을 세우는가에 있다. 자동차시장은 포화상태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거의 1인당 1대에 달하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에서는 87인당 1대에 불과하고 인도는 1백36인당 1대에 머물고 있다. 중남미와 아프리카등에 사는 사람들은 자동차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볼 때 자동차의 잠재고객은 아직 상당하며 시장은 더 뻗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세계 자동차산업은 환경문제와 글로벌경쟁의 격화라는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다. 도시마다,국가마다 환경규제가 날로 엄해지고 있어 자동차산업이 느끼는 위기감은 실로 크다. 유럽시장에서는 미국 유럽 일본 회사들이 만든 자동차가 한데 뒤엉켜 치열한 판매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불꽃 튀는 국제경쟁의 막이 오른 상태다. 메이커들간의 경쟁은 결국 가격승부로 이어지고 이는 원가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다. 이같은 경쟁 속에서 도요타 역시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도요타는 환경문제와 원가절감을 경영전략의 양대 축으로 삼고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환경 면에서는 최후의 환경 대응차로 불리는 연료전지차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2003년 발매할 예정이다. 하이브리드 차에서는 프리우스 에스티마 크라운 등 3개 차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어떤 기술을 어떤 형태로 채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는 적지 않은 위험이 따른다. 또 여러 방면에 걸친 기술과 자원을 모두 도요타 혼자 힘으로 해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도요타는 미국의 GM과 연료전지차,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그룹과는 소형차의 공동개발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 도요타가 갖고 있는 장점과 우수한 기능을 파트너 회사에 제공하고 뒤떨어진 부분은 도움을 받아 보충하는 제휴가 앞으로도 이뤄질 것이다. 원가절감의 경우 과거에는 현장에서만 이뤄지면 문제가 없었다. 현장에서의 원가절감은 일본기업들이 특히 강점을 발휘해온 분야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메이커들은 이제 총력전 태세로 원가절감에 매달리고 있다. 설계와 판매, 부품공급 부문까지도 포함된 전사적 체제다. 도요타 역시 차대와 부품 공통화 및 정보기술을 활용한 설계시간 단축등 원가절감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부품공급 회사와의 관계는 '공존공영'이다. 납품가격을 낮추기보다는 부품을 만들어내는 원가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원가를 무시하고 가격을 싸게 책정하면 부품회사들은 망할 수밖에 없다. 도요타가 벌이고 있는 원가절감 활동(CCC21)에서는 납품된 부품과 자재를 사용하는 도요타의 직원들이 설계 변경, 재료 교체등의 작업을 직접 해본다. 부품회사들과 협력해 원가를 낮춰 보기 위한 작업의 일환임은 물론이다. 도요타의 기본정신은 '현지현물(現地現物)'이다. 현장에 가서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일본은 생산코스트가 높은 구조라고 말하지만 도요타는 일본에서 파는 자동차는 일본에서 계속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여러 가지 교훈을 계속 배워 나갈 것이다. 정리=양승득 도쿄 특파원 yangsd@hankyung.com ............................................................................. ◇이 글은 조 후지오(張富士夫)도요타자동차 사장이 최근 도쿄에서 열린 세계 경영자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을 간추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