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MLB, 애리조나 우승] 양키스神話 깼다..9회말 대역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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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극적일 수는 없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9회말 1사후 터진 루이스 곤잘레스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 한방으로 월드시리즈 4연패에 도전하던 전통의 명가 뉴욕 양키스를 3대2로 침몰시키고 창단 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뱅크원볼파크에서 벌어진 양팀의 7차전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97년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경기로 기억될 한판이었다.
커트 실링(애리조나)과 로저 클레멘스(양키스) 등 20승대 투수를 선발로 내세운 양팀의 대결은 예상대로 투수전의 양상으로 흘렀다.
팽팽한 '0'의 균형을 먼저 깬 것은 애리조나.
애리조나는 6회말 선두타자 스티브 핀리의 중전안타로 만든 무사 1루의 찬스에서 대니 바티스타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뿜어내며 1대0으로 앞서갔다.
반격에 나선 양키스는 7회초 선두 데릭 지터가 우전안타를 치며 찬스를 만들었다.
후속 폴 오닐이 다시 중전안타로 뒤를 받치자 마르티네스가 우전적시타를 때려내며 간단하게 1대1 동점을 만들었다.
저력의 양키스는 8회초 선두 알폰소 소리아노가 좌측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완전히 양키스쪽으로 몰고 갔다.
실링이 다시 중전안타를 허용하자 애리조나 벤치는 미구엘 바티스타에 이어 전날 선발로 나섰던 랜디 존슨까지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치며 더 이상의 실점을 막았다.
승기를 잡은 양키스는 8회말 즉각 '특급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를 마운드에 올려 월드시리즈 4연패 초읽기에 들어갔다.
리베라는 등판 후 핀리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지만 나머지 3명의 타자를 모조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철벽 마무리로서의 위용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러나 4,5차전 김병현에게 가혹한 시련을 안겼던 승리의 여신이 이번에는 애리조나에 미소를 던졌다.
9회말 애리조나의 선두타자 마크 그레이스가 중전안타를 치며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인 데미안 밀러는 투수 앞 평범한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는데 리베라가 2루에 악송구하면서 상황은 순식간에 무사 1,2루로 바뀌었다.
9번 제이 벨이 보내기 번트에 실패해 다시 1사 1,2루가 되면서 찬스가 무산되는 듯했다.
그러나 애리조나는 디비전시리즈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토니 워맥이 천금같은 우측 선상 2루타를 뿜어내며 2대2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당황한 리베라가 크렉 카운셀을 다시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켜 상황은 1사 만루.
이때 타석에 등장한 곤잘레스는 끝내기 좌전안타를 작렬시키며 뱅크원볼파크를 가득 메운 5만여 애리조나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포스트시즌 23연속 세이브와 52게임 무패를 자랑하던 리베라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한편 월드시리즈 MVP는 사상 최고의 '원투 펀치'로 불리는 실링과 존슨이 공동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존슨은 2차전 완봉승,6차전 선발승에 이어 7차전 구원승으로 월드시리즈 3승을 올렸고 실링은 1차전과 4차전 7차전 등 세번이나 선발 등판하며 마운드의 기둥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