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권따라 움직이는 조폭 ] 건설업계에 조폭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980년대 말부터다. 주택 2백만가구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유흥업에서 건설업으로 진출하는 조폭이 급격히 늘었다. 이권을 따라 움직이는 조폭 세계의 생리가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그러다가 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조폭들의 진출이 눈에 띄게 수그러들었다. 부동산 경기가 하강 곡선을 그리면서 '떡고물'도 그만큼 줄어든 탓이었다. 건설업계에 찬바람이 일면서 조폭들간에도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모델하우스 근처에서 조폭들간에 칼부림이 벌어져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드물지 않게 일어났다. 한동안 뜸해지는 듯했던 조폭들의 부동산 비즈니스가 요즘 다시 활발해지는 조짐이다.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고 아파트 분양이 늘면서 입지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조폭들에게 건설업계는 상당히 매력적인 '꿀단지'로 통한다고 A건설의 김모 과장은 전했다. 예컨대 새시 시공업체의 마진율은 최소 40% 이상이라는 것. 건설업이 조폭에 잘 어울리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재개발을 위해 기존 건물의 입주자를 때로는 강제로 퇴거시켜야 하는 철거업 등이 그런 경우다. 재개발이 유난히 많은 한국의 건설업계는 주먹들에게 그만큼 '활동무대'를 넓혀주고 있다는 얘기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