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1조5천억∼1조6천억원의 대출금을 탕감해 주기로 한 채권금융회사들은 탕감으로 인한 손실을 세법상의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세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금융감독원장의 재량으로 가능한 것이어서 특혜 시비 등 개운치 않은 뒷공론을 남길 전망이다. 5일 정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하이닉스에 대해 대출금을 탕감해 주기로 한 채권은행 가운데 올해 영업실적이 좋아 법인세를 내야 하는 국민 주택 하나 한미 신한 등 5개 은행은 최근 대출금 탕감액을 손비로 인정해 달라고 정부측에 요청했다. 이들 은행이 이처럼 집단적으로 움직인 것은 현행 세법상으론 손비 인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기 때문. 조세감면특별법 44조에서는 △법정관리 △화의 △강제화의 기업에 대한 대출금 탕감만 손비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 세가지 유형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구조조정촉진법 적용 대상 기업'. 따라서 채권은행들로선 대출금 탕감으로 인한 손실을 비용으로 처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채권은행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있다. 법인세법 시행령 62조1항12호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된다. 작년말 개정된 이 조항의 내용은 '금융감독원장이 재정경제부 장관과 협의해 정한 대손처리 기준에 따라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대손금으로 승인받은 채권은 법인세법상의 손금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결국 은행들이 이를 손비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하이닉스 사례가 이 규정에 적용되는지를 심사하는 금감원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그러나 수천억원의 세금이 왔다갔다할 수 있는 문제를 세정당국이 아닌 금융당국에서 일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특혜 시비와 함께 세법체계에 큰 허점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