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는 말한다. "무조건 뜨는 광고좀 만들어 줘""우리도 유행어 하나 만들지?기막힌 걸루" 물론 내가 만든 광고가 확 뜨면 기분까지 붕 뜬다. 하지만 덮어놓고 뜨는 광고만을 만들 수는 없다. "광고를 띄워달라"는 광고주들의 요구속엔 "광고 뜨면 매출은 자동"이라는 위험천만의 믿음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광고만 뜨고 매출은 지지부진했던 대표적 사례들이 있다. 10여년전 국내 굴지의 음료메이커 L사는 자사의 오렌지주스가 "정말 좋은"원료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강조해 판매를 늘릴 계획을 세웠다. 그리하여 멀리 원산지인 남미로 날아가 오렌지를 수확하는 모습을 광고에 담기로 했다. 챙넓은 산초 모자를 쓴 원주민들은 지구 반대편의 소비자를 향해 그들의 오렌지가 세계 최고임을 "따봉!따따봉!"이라며 목청껏 외쳤다. 당시만 해도 광고속 문구가 유행어로 회자되기는 어려운 시기였다. 하지만 생경하면서도 신나는 "따봉!"은 삽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래,좋아" 또는 "멋진 생각이야"라는 의미를 전하려는 순간에 서슴없이 "따봉!"을 활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매출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오로지 "따봉"만을 기억할 뿐 정작 제품명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광고는 물론 중지됐고 계획에 없던 "따봉"이란 이름의 쥬스가 시장에 출시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최근에도 이처럼 당혹스런 예를 볼 수 있다. 극심한 경쟁을 벌이던 이동통신업체들의 "사랑 시리즈"광고다. 출연 배우들의 멘트들은 즉각즉각 유행어로 떴고 각종 코메디 프로그램의 단골 패러디 소재로 이용됐지만 매출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광고도 대박,매출도 대박이면 그야말로 초대형 대박이다. 하지만 참 쉽지가 않다. 화제가 되는 광고가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정작 매출을 높이는데는 뜨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제일기획 안해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