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이 MP3플레이어는 기존 제품과 어떻게 다릅니까?" "세련된 디자인과 MP3 녹음이 특징이죠. 여길 보세요. 제품에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푸른색을 썼습니다. 이곳에 카세트플레이어를 연결하면 음악을 바로 MP3 파일로 바꿔줍니다" 전시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이다. 이런 식의 상담이 인터넷에서도 가능해졌다. 사이버 공간에서 열리는 '사이버 전시회'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는 실물 대신 동영상이나 사진을 놓고 상담하는 점을 빼곤 오프라인 전시회와 다를 바 없다. 특히 미국 테러 참사후 오프라인 전시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사이버 전시회가 관심을 끌고 있다. 사이버 전시회에서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전시효과만 보장된되면 사이버 전시회가 오프라인 전시회를 상당부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왜 사이버 전시회인가 =미국 테러 사건으로 인해 사이버 전시회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이버 전시회가 주목받는 보다 중요한 원인은 비용 절감이다. 사이버 전시회 전문업체인 사이버이엔티 장승관 사장은 "전시회에 참가할 경우 비용에 비해 성과가 턱없이 낮은 경우가 많다"며 "사이버 전시회는 가격대비 효과가 탁월하다"고 말했다. 해외 전시회에 참가할 경우 전시 공간을 빌리는 비용, 부스 인테리어 비용, 직원 파견에 따른 항공.숙식비 등이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 열리는 컴덱스의 경우 부스 하나를 임대하는 비용만 5천만원이 넘는다. 여기에 인테리어, 전시 제품 운송, 직원 파견 등에 따른 비용을 합하면 1억원을 훨씬 웃돌게 된다. 반면 사이버 전시회의 경우 수십만원 내지 수백만원이면 충분하다. 비용만 놓고 보면 오프라인과 온라인 전시회간의 차이가 매우 크다. 사이버 전시회에는 시간적 제약도 없다. 오프라인 전시회는 통상 일주일이면 끝난다. 또 개장시간과 폐장시간이 있어 불편하다. 반면 사이버 전시회는 연중무휴로 열릴 수 있다. 한밤중에도 지구 건너편에 있는 바이어에게 자사 제품을 보여주며 상담을 할 수 있다. 사이버 전시회 봇물 이룬다 =대표적인 사이버 전시회는 '온캠텍스(On-CAMTEX.www.on-camtex.com)'이다. 산업자원부 주최로 오는 21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열흘동안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본 전시회가 끝나면 상설전시장 형태로 운영한다. 온캠텍스에서는 바이어와 상담할 때 동시통역사 법률전문가 무역전문가 등이 인터넷을 통해 도움을 주게 된다. 바이어 상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인터넷에서 계약서까지 작성할 수 있다. 캐스포(www.caspo.co.kr)는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인터넷에 재현해 놓고 있다. 전시회 참가 업체의 신청을 받아 전시회 기간중 각국의 바이어들과 상담할 수 있게 해준다. 전시회 참가업체가 대화방을 만들어 관심있는 바이어와 영상채팅으로 상담하는 방식이다. 캐스포는 특히 국내 전시회를 인터넷 방송으로 보여준다. 국내 주요 전시회를 선별해 출품업체 인터뷰, 제품 소개, 현장 스케치 등을 동영상으로 제공한다. 티페이지(www.tpage.co.kr)는 지난 98년 처음 사이버 전시회를 열었다. 현재 상설 사이버 전시회인 '국제무역박람회(world trade expo)'를 운영하고 있다. 티페이지 관계자는 "하루 3만명 이상의 바이어가 전시장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부산에 있는 라이브엠닷컴은 국내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소개하는 멀티쇼(www.multi-show.com)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전시회 참가업체와 전시품에 대한 설명을 동영상으로 제공한다. 이 회사는 지난 1년간 각종 국내 전시회에 참가한 8천여개 업체 정보와 2천여개의 동영상을 보유하고 있다. 사이버 전시회가 진화한다 =초기에는 사이트를 만들어 단순히 참가업체 제품 사진과 설명을 올려놓는 수준이었다. 요즘에는 한발 나가가 바이어와 상담원이 대화할 수 있는 사이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제품을 3차원 영상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펴볼 수 있고 궁금한 부분을 확대해서 자세히 관찰할 수도 있다. 사이버 전시회는 전송기술과 각종 멀티미디어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오프라인 전시회의 장점을 대부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 =아직까지는 사이버 전시회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해외 바이어들에게 사이버 전시회를 널리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 사이버 전시회가 열려도 바이어가 찾아오지 않으면 허사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열리는 사이버 전시회를 알리기 위해서는 초창기엔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관계자는 "믿을 만한 사이버 전시회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해외 바이어들에게 알려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