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한 62세의 중소기업체 할머니 여사장이 올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에 당당히 응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울산시 남구에 있는 전문서류 택배회사인 조양통상의 송순동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 송 대표는 "서푼도 안되는 자존심 때문에 공부에 손을 놓고 있는 사람들과 도전정신이 부족한 젊은이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이번 수능에 응시했다"며 "공부란 시작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다리가 불편해 3급 지체장애자인 송 대표는 1999년 고입 검정고시와 올 8월 대입 검정고시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뒤 만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번에 대입 수능시험에 응시했다. 그의 꿈은 '김치박사'가 돼 김치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는 것. "맛있고 영양많은 한국김치를 개발,대기업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온힘을 쏟겠습니다" 그는 "한국김치가 전세계인의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번 수능을 잘 치러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청주 국립과학대학의 김치학과에 입학하고 싶다"고 밝혔다. 북한 개성 출신인 송 대표는 "그동안 사업 때문에 일본 등을 돌아다니면서 일본김치의 약점을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다"며 "개성의 보약같은 김치 등 한국김치를 과학적으로 연구한다면 일본이 닦아놓은 세계시장을 한국김치가 모두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1년 벽산그룹 항공화물사업부 울산소장으로 울산에 온 송 대표는 그 해 조양통상을 설립하고 울산 여성 로터리클럽인 목화로터리클럽 초대회장을 지내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울 김덕수사물놀이의 연구기획 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들(김동원·37)이 나의 늦깎이 공부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줘 너무 고맙습니다" 그는 "투지와 도전정신이 바로 늙지 않는 비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